이번에는 술로 인한 질환으로 간경화와 식도암의 사례를 초음파 영상, 간스캔과 CT(전산화단층촬영), 내시경 영상과 PET/CT(양전자 방출 전산화촬영술) 소견과 함께 알아봅니다.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주임과장
# 사례 1=
L씨(68세 남자)는 10년 전에 양측 대퇴골의 무혈관성 괴사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4년 전에 간이 부었다는 진단을 받아서 경과 추적 중에 복수가 차서 입원하였습니다. 4년 전에 시행한 Tc-99m-황교질(sulfur colloid)라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주사하고 시행한 간스캔에서 간비대와 불균질한 섭취가 보이고, 초음파 영상에서 간실질이 거칠어진 소견이 있었습니다(그림 1).
간경화로 진행된 상태가 의심되어 CT를 시행하였습니다. 사진 2의 왼쪽 CT 영상에서 간경화로 위축된 간(별표)이 잘 보이고, 주위로 복수가 차 있습니다. L씨는 남자이지만 유방이 커져 있었는데, 그림 2의 오른쪽 축방향 영상에서 유방 실질 조직이 커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화살표).
이런 여성형 유방증(gynecomastia)은 간경화에서 흔히 관찰되는데, 내분비선 이외의 조직에서 안드로겐이 에스트로겐으로 많이 변환되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L씨는 하루 1 병의 소주를 거의 매일 마신 음주력이 있으며, 20살 때부터 30년간 하루 한 갑의 흡연 경력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B형, C형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경화가 많으며, L씨의 경우처럼 알코올성 간경화는 그 다음으로 많은 원인입니다. L씨의 양측 대퇴골 무혈관성 괴사의 원인도 알코올 과다 섭취라고 추정됩니다.
# 사례 2=
어린 시절 625 한국 전쟁의 와중에 오른쪽 눈의 파편상으로 인해 실명하였고, 30년 전에 교통사고로 오른쪽 대퇴 골절을 당한 것 이외에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던 K씨(69세 남자)가 최근 두 달 사이에 체중이 3kg 이상 감소하여 내과 외래를 찾아왔습니다. 약간의 연하 곤란으로 인해 식도-위장 내시경을 외래에서 시행하여, 앞니에서부터 25cm 부위에 6cm 이상 되는 식도의 점막 궤양과 종괴로 인한 식도의 협착 소견이 관찰되었습니다(그림 3).
식도암이 의심되어 조직검사를 시행한 후, 암의 전이 여부를 포함한 병기 결정을 하기 위하여 PET/CT를 시행하였습니다. F-18-FDG 방사성동위원소를 주사한 뒤 촬영한 영상에서 표준섭취계수 20 이상으로 증가된 식도 중앙 하부의 병소와 오른쪽 견갑골과 늑골, 종격동 임파선과 왼쪽 쇄골 상부 임파선 등이 빨갛게 보였습니다(그림 4).
K씨의 초기 증세와는 사뭇 다르게 매우 진행한 상태의 식도암임을 알 수 있었고, 오른쪽 상부의 허파에는 작은 결절이 있어 임파선과 뼈 전이 외에 폐 전이도 의심되었습니다. 조직 검사 결과는 매우 나쁘게 분화된 편평 상피암으로 나와, 수술은 어려운 상태로 판단되어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식도암 진단 이후 3차례의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투병 5개월 만에 안타깝게도 K씨는 가족과 사별하고 말았습니다. K씨는 하루 세병 이상의 소주를 일주일에 4-5회 마신 음주력과, 한국 전쟁 중인 12살 때부터 60세까지 49년간 하루 한 갑의 흡연력이 있었습니다.
식도의 편평 상피암은 20%가 상부에, 50%는 중간부위에, 30%는 하부에 생기며, 위식도 경계부에서 역류성 식도염에 동반되는 선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식도암의 위험인자로는 연령(50세 이후의 남성), 식이 습관, 음주와 흡연, 두경부의 암 환자, 무이완증(achalasia), 양잿물 등의 부식제에 의한 식도 협착 등이 있습니다.
하버드대학의 그랜트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수년전 출간된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도 흡연은 절대로 하지 말고, 술은 하루에 두잔 이내의 절주가 적당하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음주량은 세계 2위이고, OECD 국가 중에는 독주 소비량이 1위라는 현재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너무 절실합니다.
“3少 3多”의 건강 음주법 - 주소담다(酒少談多), - 잔소찬다(盞少饌多), - 육소채다(肉少菜多)로, 술은 조금, 대화는 많이, 잔은 적게 채우고, 안주를 많이 먹되 육류는 적게, 채소를 많이 먹는 음주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