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7 22:52 (일)
자유정신과 보수정신
자유정신과 보수정신
  • 관리자
  • 승인 2017.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유정신과 보수정신이 조화를 이루어야
(김극기 북악포럼 대표)
 
정치철학자 바아커(Sir Ernest Barker)는 영국 민주주의를 성립시킨 두 가지 요인(要因)으로서 자유(自由)의 정신(精神)과 보수(保守)의 정신을 들고 있다. 바아커가 말하는 자유의 정신과 보수의 정신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 두 정신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남재(南齋) 김상협 전 국무총리가 1956년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인식시키기 위하여 쓴 사상계에 발표한 논문 ‘정치철학자 바아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위 논문의 기조를 이루는 바아커의 사상에 기초한 자유정신과 보수정신이 무엇이고 어떻게 조화되어야 하는지를 세 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와 국가를 구분하는 일이 자유정신의 출발점
 
첫째, ‘자유의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는 무엇이고 사회는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와 국가를 구분하는 일이야말로 ‘자유의 정신’을 이해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먼저 사회란 무엇인가? 바아커에 의하면 사회란 각기 특수목적을 가진 수많은 집단들로 구성된 인간 공동체로서 푸성진 직물(織物)과도 같다. 경제·종교·교육 ·학문·예술·자선 등의 모든 단체들이 그것이다. 이렇듯 다종(多種) 다양(多樣)한 인간집단들로 형성된 사회는 전체로서의 하나이면서도 여럿, 통일 일원적(一元的) 공동체(共同體)인 동시에 다양 다원적(多元的) 공동체로서 개개 성원의 자유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진 자발적인 생활과 임의적 활동의 무대라고 한다. 따라서 사회란 그것을 이루는 개개 성원간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므로 개인의 인격이 그 성립의 기초요 출발점이 된다. 여기서 개인은 이성(理性)과 양심(良心)을 가진, 심리적(心理的)으로나 도의적(道義的)으로나 인격을 갖는 존재를 말한다. 
 
다음으로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일정한 영토 내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를 법적 강제력을 발동(發動) 구사(驅使)하여 규율하는 법적 단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결코 법적으로 규율되지 않는 ‘국민사회’라는 생명의 강이 흐르고 있다. 국민사회란 영국 불란서 독일 등등으로 불리는 한 영토 안에서 같은 전통, 같은 문화, 같은 생활양식을 발전시켜 나가는 같은 혈통의 동일체를 말한다.
 
결국 전체사회라는 맥락으로 파악할 때, 국가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특수 목적을 가진 집단으로서 부분사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국가가 부분 사회로서의 자기 한계를 뛰어넘어 국민사회의 영역인 인간의 내면세계로까지 그 간섭과 규제의 영역을 확대해나갈 때 인간의 창의는 말살되고 도덕적 양심은 마비되고 만다. 그리하여 국가가 사회영역에까지 국가에 편입시켜 사회를 말살시키고 국가만을 비대화시킨 것이 독재국가라고 한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는 국가보다 사회에서 더욱 잘 보장되며, 자유의 실현과 수호를 위해서도 국가와 사회를 엄밀히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질서를 유지하고 현상을 고수(固守)해나가는 것, 그것이 보수정신
 
둘째, 바아커는 보수의 정신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시 국가의 의미를 검토해야 한다. 
바아커에 의하면 국가란 법을 위해서, 법 속에서, 법을 통해 존재하는 법 그 자체라고 한다. 그런데 법에는 실정법만 있는 게 아니라 정의(正義)의 관념을 표상하는 자연법(自然法)이 있다. 권력은 법에 통용력(通用力)을 제공하나 정의는 법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처럼 법에 통용력을 주고, 가치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해나가는 존재가 바로 국가라고 한다.
 
그러므로 무정부주의자들과 같이(상디칼리스트, 길드소셜리스트, 등 포함) 집단의 자유와 이익을 앞세우고 국가의 존재를 부인 해체시키려드는 이유에 대해서는 교화나 예방적 차원이 아닌 무자비한 보복처벌을 가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고 현상을 고수(固守)해나가는 것, 그것이 보수요, 바로 영국의 ‘보수의 정신’이라는 것이다. 
 
의견교환과 상호비판의 토론이 가능할 때 자유와 보수정신이 결합가능
 
셋째, 그러면 사회와 개인 속에서 약동하는 자유의 정신과 국가의 법으로 표현되는 보수의 정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파악하고 있는 바아커는 인간의 토론이 바로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은 이성을 발휘할 때 비로소 가장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이성을 발휘케 함으로써 이성의 조명하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상호비판을 거처 그것을 종합해내는 토론과정이야말로 법질서에 복종하면서도 능히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와 보수정신의 결합’을 성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이루어진 정치과정이 곧 민주주의요, 민주정치이다. 의회민주주의로 상징되는 영국의 민주정치에 있어서 ‘의호(Parliament)’의 ‘Parley’란 의논(議論)을 뜻하며 그것이 곧 토론을 함축한다. 민주주의와 의논과 토론(討論)은 동의어이다. 
 
민주사회에는 4개의 토론기관이 존재한다. 정당(政黨), 유권자(有權者), 의회(議會), 행정부(行政府)가 그것이다. 이들 사대(四大) 토론기관이 상호 연계 속에서 타기관과 활발하게 토론을 이루어나갈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게 바아커의 지론(至論)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