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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정유년 사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독자칼럼) 정유년 사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 관리자
  • 승인 2017.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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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사월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 대학생 윤수진
 
국정농단이란다. 돈 한 푼 받지 않은 사람에게 죄를 엮으려 경제 공동체라는 터무니없는 단어를 쓴다. 언론에서는 연일 박근혜 전 대통령님을 향한 근거 없는 여성 혐오적 비난만을 재생산했다. 좌파언론에서 대통령을 욕하는 것이야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니, 나는 ‘이번에도 또 시작이구나!’ 하며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다. 헌데 그 어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대통령이 파면되어버리고, 특검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님을 기어이 구속시켜버렸다. 탄핵을 주동한 세력들도 날림탄핵임은 아는지 다음 대통령도 또 이렇게 탄핵 될까봐 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는 기사도 보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다. 일관성은 없고 이중 잣대만 가득한 세상이다. 어쩌다가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세상이 혼란스럽더라도 휩쓸리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우파의 기본 정신이라고 생각했건만, 너무도 답답하여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나도 태극기 집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같이 피가 뜨거워 나왔는데, 거리로 나오신 어른들의 심정은 오죽하셨을까? 아니나 다를까 나와 같이 생각하신 수많은 분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곳에는 언론의 보도와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모인 탓인지 집회는 조금 어수선했고, 체계적이지 못해 불편함을 토로하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탄핵 무효”, “국회 해산”등의 구호를 외쳤다. 모두들 겨우내 차가운 눈바람을 맞으며 반나절을 꿋꿋이 걸었다. 다들 나라를 걱정하심에 여념이 없었고 언론에서 악의적으로 보도되는 행태와는 다르게 평화로운 집회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벌써 5개월이 넘었다. 그 추운 겨울 내내 그 수많은 사람들이 눈을 맞으며, 나처럼 주말을 반납하고 자비를 들여서 거리로 모였을 것이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구호를 외치며 걷고 또 걸었을 것이다. 그만큼 모두들 간절했다. 지난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추웠고, 또 뜨거웠을 것이다.
 
집회에는 내 또래의 젊은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집회에 갈 때마다 나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는데, 어르신들은 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한 말씀씩 전해주고 가셨다. 손을 꼬옥 잡고 눈물을 흘리며 연신 고맙다고 하시는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이렇게 나오는 건 다 너희 세대를 위해서 그런 거란다. 우리가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니. 우리 손주를 생각하면 집에서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단다. 우리 자식들도 이걸 알고 같이 나와주면 좋겠는데…” 이게 전후에 아무것도 없었던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드셨던 세대의 사람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오로지 나라를 걱정하고 후손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 하나로 그 많은 분들이 한겨울 내내 길에서 고생을 하신 것이다. 나는 그분들의 후손세대로서, 그리고 앞으로 주축이 될 젊은 세대로서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앞으로 나의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훗날 정말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 망가져버린다면, 나는 후손들에게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까. 마음이 착잡했다. 나라를 지켜내고 지금의 자유민주주의와 경제 대국을 이룩해낸 주역들이 또다시 나라를 위해 거리로 나와 계신다. 그 많던 깨어있는 젊은이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몇 해 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같이 지켜보고 아파했으면서 이 같은 불합리 때문에 나라가 기울어져가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것인가? 나라 밖에서는 미국이 북핵문제로 선제타격을 한다는데 탄핵 주동 세력인 언론과 정계에서는 정치싸움에서의 비겁한 승리에 취해 벚꽃대선이니 장미대선이니, 한마디로 쇼들을 하고 있다.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멋대로 끌어내리고 마녀사냥을 해놓고 국민의 승리로 포장한다. 수십 수백만 태극기를 휘날리는 애국 시민들은 국민이 아닌 것인가? 대한민국에 형평성과 무죄추정의 원칙은 없는가? 이 나라가 정녕 법치국가인가? 재판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날림으로 해버리고, 판결을 내린 뒤에 증거를 찾는 것이 이 망국의 상식인가? 그 많던 지식인들과 나름 배웠다는 학우들은 무얼 하는지, 이러한 불합리를 지적하는 이가 하나 없다. 이쯤 되고도 가만히 있는 국민들을 보며, 저들은 언론의 노예가 아닌가 생각한다. 정의와 양심이 죽어버린 이 시국을 바라보며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 떠오른다.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5천만 동포여,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기자 이래 반만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어느 새 봄이다. 거리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주말이면 사람들은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사진을 찍고 추억을 쌓는다. 나도 벚꽃이 피면 같이 놀러가기로 약속한 친구들이 있지만 아직도 가지 못했다. 아마 올해는 벚꽃이 지고 나서도 못 갈 것 같다. 대한민국의 정의(正義)에도 봄이 오는 날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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