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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ICBM 개발 어디까지 왔나
북한의 ICBM 개발 어디까지 왔나
  • 관리자
  • 승인 2017.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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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역부족일 수도 있으나 지속 경계해야..
▲김광인 (사)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건국대 겸임교수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며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만도 벌써 다섯 번이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그동안 단거리 미사일부터 중장거리 미사일과 잠수함발사 미사일(SLBM)까지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시험발사해왔다. 현시점에서 완성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미사일은 사거리 300~800km 정도의 스커드 미사일과, 사거리 1300km의 노동미사일이 전부다. 나머지는 시험 중에 있거나 아직 완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북한이 한반도와 배후의 일본 및 주일미군기지까지만을 겨냥한다면 이 미사일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그 종류도 다양화하고 있고, 사거리도 계속 늘리고 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의 괌 미군기지, 나아가 미국 본토까지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북한 미사일 개발의 최종 귀착점은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미국 본토까지 날려 보내는 능력을 확보하는데 있다. 그러자면 적어도 사거리 1만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ICBM 개발 수준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ICBM 개발은 과연 어느 정도에 이르렀을까.
 
북한이 ICBM 개발 가능성에 희망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8년 8월 소위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리면서부터이다. 이 때 자체 개발한 27t 추력 로켓엔진의 발사와 단(段) 분리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향한 길에서 하나의 돌파구를 열었다.
 
이론적으로 이 로켓엔진 4개를 묶을 수 있다면 미국 본토는 몰라도 적어도 알래스카나 하와이까지는 미사일을 어렵지 않게 날려 보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거대한 3단 동체(胴體)를 날씬하게 줄이고, 이동식 발사대(TEL)에 장착할 수만 있다면 ICBM 개발이 가시권 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로켓엔진 연구의 직접적인 담당자인 과학자들은 ICBM 로켓엔진 개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종래 북한이 개발해온 로켓엔진은 소련제 스커드 계열 엔진을 모방해 설계하고 제작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실물과 도면까지 입수해 놓고 모방한 데다, 추력 7t에 불과한 소형 로켓엔진을 제작하는 것이어서 큰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제2경제위원회의 기계가공 능력과 수준에 맞춰 로켓엔진을 제작했다. 또 당시 이란과 이집트에 가서 발사시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조건들도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모방설계가 전부인데 ICBM 개발에 필요한 실물이나 도면은 물론 어떤 자료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 지대공미사일 전문가로부터 ICBM에 대한 개념적 설명서를 하나 얻게 되었다. 이로써 ICBM 개발을 구상할 수 있는 초보적인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하지만 견본 하나 없는 조건에서 미사일의 총 조립도까지 완성하려면 갈 길이 아득히 멀다고밖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북한이 ICBM을 완성하려면 최소한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부스터와 1단 추력단계에서 지면점화 시작부터 연소가 끝나는 3-5분 내에 로켓의 초기 속도를 적어도 4km/sec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고도도 150~450km까지 도달시켜야 한다. 
 
궤도비행 단계 약 25분 동안 포물선 또는 원호를 그리면서 비행하는 로켓의 방향과 자세·속도·높이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권 재진입 단계에서 로켓속도는 4.3km/sec부터 7.3km/sec까지 올라간다. 이때 로켓 표면 복사열은 수천 도까지 올라가며, 탄두 부분의 전면 온도는 8000~1만 도까지 상승한다. 탄두가 고온·고열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고출력 엔진 개발도 반드시 필수적이다. 엔진을 대형화하게 되면 로켓발사 가속단계에서 필연적으로 저주파 진동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은 설계단계에서 이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연소실험을 통해서 그 원인을 찾아낸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해 6월 무수단 미사일을 쏘면서 꼬리부분에 바람개비 모양의 격자형 판(그리드 핀)을 설치하는 편법을 구사했다. 하지만 이것은 해묵은 임시방편으로 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격의 요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딱 한번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그것을 방증해 준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 기존 ICBM 보유국도 대형 1:1 고속·고온 풍동(風洞)을 설치해 저주파 진동 원인을 찾고 해결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력이나 기술수준으로는 도저히 이와 같은 대형 풍동 설비를 갖출 형편이 못된다. 일례로 이러한 풍동을 설치해 운용하는데 드는 에너지만도 60만~100만㎾ 정도 된다. 북한으로서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궤도비행 단계에서 제어문제 역시 넘어야 할 큰 고비의 하나다. 4km/sec 이상으로 고속 비행하는 로켓을 목표물로 정확히 유도하자면 적어도 백만분의 1초 안에 궤적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북한에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병렬 고속처리 장치가 있을 리 만무하다. 더구나 현대의 ICBM은 상대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궤도 변경까지 시도한다. 북한으로서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열장(熱障, 고열에 의한 장애) 문제도 커다란 극복과제의 하나다. 북한은 이 문제를 해결이라도 했다는 듯 얼마 전 화염으로 탄두 부분에 대한 소결(燒結) 실험을 실시했다. 보란 듯이 TV로 그 장면을 내외에 내보내기도 했다. 
 
탄두의 재질을 보면 탄소섬유에 열경화성 코팅제(Epoxy)를 입힌 것으로 한눈에 봐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실험이었다. 고속으로 비행하는 로켓 탄두가 차가운 공기와 부딪치면 열 복사현상이 발생한다. 최소 7000~8000도의 고열이 발생해 내부로 확산되는 것이다.   
   
북한이 실시한 소결실험은 열복사 실험이 아니라 열전달 실험이었다. 열복사와 열전달이 전혀 다른 현상이라는 것은 중학교 학생 수준이면 아는 상식이다. 차라리 실험장면을 보여주지나 않았으면 우기기라도 할 수 있으련만. 결과적으로 한심한 수준이라는 밑천만 드러내고 말았다. 
 
사실 이런 것들 말고도 문제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고도의 첨단기술, 정밀 측정설비와 계측기기 등등. 연구·개발에서부터 유지·관리 등에 투여되는 엄청난 재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북한의 수준과 역량으로 ICBM은 버거운 정도가 아니라 애당초 가당찮은 일이라고 하는 것이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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