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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결없는 소추사유변경은 위헌
국회의결없는 소추사유변경은 위헌
  • 관리자
  • 승인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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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회법사위원장은 박대통령의 범죄행위 중 사실관계는 살리되 그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정리해 구체적인 죄명은 삭제하고, 헌법위배 사항 위주로 재작성한다는 명분으로 종전 탄핵소추사유 유형 5가지에서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을 제외한 헌법 위반 관련 4개 유형만을 남기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를 추가한 소추사유의 유형별 구체화라는 제목의 서면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였다.

 

 

▲탄핵소추변경서면을 제출하는 권성동 위원장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어야 한다. 국회가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함으로써 탄핵심판이 개시되면 그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의 존재 여부 및 그 소추사유의 중대성이 탄핵심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헌재의 심리범위도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에 국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49조 제1항이 국회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추위원은 탄핵소추에 따른 사건의 수행자일 뿐 소추권자가 아니다.

탄핵소추권한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이므로 소추위원에 의한 탄핵소추사유 추가변경은 헌법의 취지에 반하고, 소추사유 추가가 필요한 경우 당연히 국회에서 새로운 탄핵소추발의 및 의결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판례도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 새로운 사실을 탄핵심판절차에서 소추위원이 임의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2004헌나1)”는 입장이다.

소추위원회 입장은 블랙리스트 건을 추가한 것은 기존의 소추사유를 유형별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보강한 것이고 소추사유를 추가한 것이 아니므로 국회의결이 필요 없고 탄핵심판절차는 형사소송법이 준용되므로 공소장 변경이론을 적용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있다면 탄핵소추사유 변경 및 추가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변경전 탄핵소추의결서에는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 평등원칙 위배라는 제목 하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간부들 및 문체부의 장·차관 등을 최순실 등이 추천하거나 최순실 등을 비호하는 사람으로 임명하였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등이 사익추구에 방해될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직자들을 자의적으로 해임시키거나 전보시켰고, 이러한 예로 유진룡 장관을 갑자기 면직하고, 김기춘 비서실장이 문체부차관에게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사표를 받으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였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소추위원은 대통령의 권한남용 중 '공무원 임면권의 남용 행위' 부분에 위 내용을 다시 서술한 뒤 그 아래에 문화계 지원배제 리스트(블랙리스트) 작성행위를 끼워넣었다. 추가된 내용은 ‘2014. 4. 16.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구두로 반정부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 요구가 내려왔고, 2014. 6.경 처음으로 문서 형태의 예술가 지원 배제 리스트가 내려왔으며, 유진룡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적용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가 면직되었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사표를 제출하게 하였고, 그 가운데 예술가 지원배제 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문체부 간부 3인을 선별해 사표를 전격수리했다. 이것은 헌법상 공무원제도 위반뿐만 아니라 헌법상 문화국가원리 위반, 예술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유진룡 장관 면직과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에 대한 일괄사표 압력지시 및 그 중 3명에 대한 사표수리는 기존 탄핵소추사유에도 있던 내용이다. 그러나 그 사유에 대해 당초 탄핵소추안에서는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방해되는 자들을 해임시켰다고 하였다가, 변경된 소추안에서는 문화계 지원 배제 리스트 적용을 거부하거나 적용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사직하게 했다고 변경하였고, 당초 소추안에 없던 문화국가원리 위반과 예술의 자유 침해를 헌법위배사항으로 추가하였다.

 

 

▲블릭리스트 관리는 대한민국 수호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시위중인 애국 시민들

 

형사소송법 제298조 제1항에 따르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는 검사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있다. 이 규정을 탄핵소추사실에 적용한다면, 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헌법재판소의 허가를 얻어 소추사유(소추사실 및 적용법조)를 추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소추사실의 동일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탄핵심판의 중대성 측면과 소추사유 추가시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볼 때, 형사소송절차보다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 문체부 간부를 사직시킨 이유를 최순실의 사익추구에 방해되는 자들을 해임시킨 것에서 블랙리스트 적용을 거부하거나 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사직시킨 것으로 변경한 것은 객관적인 사실 자체가 변경된 것으로 두 사실사이에 동일성이 없다. 더구나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헌법위배사항으로 문화국가원리 위반과 예술의 자유 침해를 새롭게 추가한 것은 탄핵심판 범위에 상당한 변경을 초래한 것이고 피소추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위헌적인 탄핵소추안변경신청을 수용하는 경우 헌법재판소의 심판결과의 정당성이 상실되어 결국 전국민적 불복종운동을 초래하게 될 우려가 있다.

 

 

 

장재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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