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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 불바다` 협박에 주눅들 일 없다
[시론] `서울 불바다` 협박에 주눅들 일 없다
  • 김광인/(사)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 승인 2017.10.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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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mm 방사포, 170mm 자주포가 주력

= 위력 신통찮고 성능과 군수지원역량도 한심
김광인
/(사)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치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문제의 근원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다. 그러나 김정은과 그 동무들은 오히려 한 수 더 뜬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더니 딱 그 꼴이다.

급기야는 `서울 불바다` 발언까지 쏟아냈다.

북한은 9일 새벽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들을 불바다로 만들고 남반부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8일에는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괴뢰 군부 호전광들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다가는 백령도나 연평도는 물론 서울까지도 불바다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함부로 날뛰지 말아야 한다"고 협박했다.

`서울 불바다` …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4년 3월이다. 당시 남북한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1994.3.12)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사`를 교환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시작했다. 제8차 실무접촉이 열린 3월 19일 북측 대표로 판문점 회담장에 나온 박영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이 "전쟁이 나면 서울도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후 이 말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협박하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가 되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유령처럼 한반도를 배회하면서 북한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어김없이 부활해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도대체 북한은 뭘 근거로 `서울 불바다`를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저들의 낡은 레코드판 소리에 짓눌려 새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것일까.

북한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집중 타격할 수 있는 무기로는 장사정포 화력이 유일하다. 서울 외곽에서부터 휴전선까지 가장 짧은 거리에 있는 곳이 휴전선 북쪽 한강 돌출부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북측 지점이다.

이곳은 서울을 목전에 둔 군사상의 요충지로, 중동전쟁의 전략요충지인 골란고원(Golan Heights)에 비견된다. 따라서 유사시 우리의 최우선적인 타격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가장 먼저 점령해야 할 목표물이기도 하다.

한강 돌출부에서 서울까지는 대략 40km 정도 된다. 북한은 이곳에 300여 문의 각종 화포를 배치해 놓고 상시적으로 서울을 위협하고 있다.

300여 문의 화포 가운데 200여 문은 75mm 직사포와 100mm, 122mm 곡사포다. 이것은 한국군의 기습 공격에 대비한 방어용이다. 실제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장사정포는 100여 문에 불과하다. 바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다.

170mm 자주포의 최대 사거리는 45km. 소련제 180mm 해안포의 장약통과 연결시킨 두 토막 포신이다. 180mm 장약통과 170mm 포신을 연결시킨 중간부분을 황동나팔형으로 변경해서 모양이 다소 우스꽝스럽다.

생김새야 어찌됐든 화력만 좋으면 그만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발사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것이다. 현대전에서는 기동력이 생명인데 이래서는 무기로서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지난 4월 김일성 출생 105주년을 기념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거행한 열병식에서는 개량형 170mm 자주포까지 선보였다.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외형상 수동 장탄부터 자동 장탄까지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동 장탄을 한다고 해서 발사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아니다. 포탄이 황동나팔구 구간을 통과할 때 구리가루가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5-6발정도 발사한 뒤에는 반드시 장약통과 포신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처음 몇 발 쏘고 나서 포신 청소하다가 반격당해 무력화(無力化)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정도의 무기를 가지고 `서울 불바다`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낯간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1980-1988년) 북한은 이란에 20여 문의 170mm 자주포를 수출한 바 있다. 그 중 몇 문이 이라크에 노획됐고,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이를 재노획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어 북한 170mm 자주포의 구조와 제원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다. 너무도 허술하고 약점이 많아 전술무기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것이 최종 평가였다.

240mm 방사포는 어떨까. 240mm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70km, 포탄 무게는 평균 400kg이나 된다. 따라서 작전을 수행할 때는 반드시 장탄차량이 따라다닌다. 기동성은 170mm 자주포에 비할 바 아니지만 결정적인 약점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24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길어 포탄궤적을 추적하는 레이더에 쉽게 노출된다. 현대전에서는 누가 먼저 상대를 발견하고 선제공격을 하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상대 레이더에 쉽게 포착된다는 것은 크나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240mm 방사포에는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최대 사거리가 70km나 되지만 자체 방향제어 나 포탄제어 장치가 없다. 70km나 되는 거리를 비행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유체동력학적 변수들이 개입된다. 발사시점과 비행과정에서 대기 상태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원형공산오차(CEP)를 논할 수가 없다.

간단히 말해 방사포를 쏘기는 하지만 목표물을 향해 여하히 날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아주 거칠게 표현하면 포탄이 어디로 어떻게 날아갈지 아무도 모른다.

북한은 최근 300mm 방사포도 선보였다. 포탄 길이가 7.2m, 무게는 800kg나 된다. 탄두만 300kg, 200kg, 100kg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사거리는 100km, 방향제어 등 조종장치가 내장되어 있고, 호밍(homing)을 위한 글로나스-자이로 시스템(GLONASS-gyro system)도 갖추고 있다.

발사할 때는 직전에 목표물로 유도하는 명령시스템, 소위 `지령함`(명령칩)을 탄두에 삽입한다. 2014년부터 강원도 원산 해변에서 시험발사를 실시했지만 실전배치할 수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300mm 방사포는 방사포로서의 외형은 갖추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형 탄도미사일에 가깝다.

북한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240mm 방사포와 170mm 자주포로 서울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나름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서울 불바다`라는 폭언도 이런 배경 속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이 장사정포로 서울을 기습 공격하면 하루에 군인 6만 명과 민간인 3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지만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산출된 수치로 보인다.

실제 피해정도는 외신 보도에 비해 훨씬 적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 확인된 북한 장사정포의 위력은 그리 신통치 못했다. 특히 그 파괴력은 콘크리트 건물에 취약했다. 서울에는 콘크리트 건물과 빌딩이 많다.

북한 무기의 성능과 정확도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제력이 바닥에 이른 1990년대 이후 제작한 무기일수록 성능이 떨어진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때 북한이 쏜 방사포의 상당수가 목표물에 근접도 못하고 바다에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북한이 장사정포를 동원해 기습 공격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발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북한의 경제력이나 군수지원 역량이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군의 즉각적인 반격이 시작되면 저들의 공격원점이 초토화될 것이고, 상황은 거기서 일단락될 수밖에 없다.

1%의 가능성에도 경각심을 높이고 철통같이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안보라는 것은 새삼 얘기할 필요가 없다. 그렇더라도 선무당의 강박과 말 폭탄에 녹아 막연한 두려움에 짓눌리거나 주눅들 까닭은 더욱 없다.

북한은 그동안 `서울 불바다`로 위약효과(placebo effect)를 좀 봤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약발은 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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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시민 2017-08-10 16:08:24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