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리 사회 ‘법치’의 현주소
[시론] 우리 사회 ‘법치’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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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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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구속영장에 대한 김세윤 재판장의 결정은

우리 사회 ‘법치’의 현주소를 드러내게 될 것

도태우/변호사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바와 같이 2017. 9. 26.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추가영장발부를 신청하였다.

기존 공소사실 중 예전 구속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은 SK와 롯데에 대한 뇌물요구 또는 수수 의혹을 이유로 했다.

본안 사건을 심리 중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보름 뒤인 10. 10. 영장발부에 관한 심문기일을 열겠다고 고지했다.

이제 와서, i) 롯데 뇌물 혐의를 반박할 유력한 물증이 이미 여러 건 법정에 현출되었다거나, ii) SK는 고영태 일당이 벌인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거나, iii) 심리가 종결 단계에 이른 혐의에 증거인멸 우려가 적용될 수 없다거나, iv) ‘주거부정·도주우려의 혐의는 애초에 문제가 될 수 없었다는 등의 지적은 모두 주변적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법치가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온전한 법치><반쪽의 법치> 사이에서, <실질적 법치><형식적 법치> 사이에서, 나아가 <혼을 지닌 법치><영혼 없는 법치>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느 쪽에 서 있느냐의 문제이다.

유럽 대륙의 로마법은 중세 천 년과 근세 상당 기간 민사관계에 국한되었고, 형사문제나 행정사건에 적용되지 못했다.

형사와 행정은 영주와 군주의 손에 맡겨져 있었던 것이다. 오직 영국만이 예외적으로 민사, 형사, 행정을 아우르는 순회재판소를 발전시켰고, 그 재판소의 판사들을 통해 법의 지배를 이념으로 하는 근대민주주의가 독보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다시 형사법정이 외풍에 시달리며, 인신구속 문제에서도 독립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면, 이는 중세 천 년기의 대륙법정과 같이 <반쪽의 법치>로 후퇴하고 마는 것이다.

작년 이래 우리 사회는 실질적 법치를 심하게 훼손시켜 왔다. 최근에서야 JTBC가 제출했다는 태블릿 속에 온통 훼손된 정보가 들어 있었다는 점과 외부에서 드레스덴 연설문을 내려받은 흔적이 있다는 점 등이 포렌식 보고서를 통해 드러나게 되었다.

이런 때에도, 실체적 진실 발견에는 아랑곳없이 오직 조속한 판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이미 검찰과 법원이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재판의 원칙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권무죄(有權無罪) 무권유죄(無權有罪) 식의 재판 운영으로는 <형식적 법치>의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독일의 법철학자 라드부르흐는 나치의 경험을 반성하면서 법률을 구분한 바 있다.

법전에 쓰여져 있다고 다 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되기 위해서는 이 지닌 고유한 본질, ‘법의 정신에 부합해야 한다.

우리 헌법 및 각국 헌법은 이를 인간의 존엄이라 표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때의 인간이 결코 선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인간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도 된다는 생각이 오늘날의 북한을 만든 장본인이다.

적폐청산’, ‘국정농단이란 허울 뒤에서 6개월에 걸친 주 4회 재판, 꼼수를 통한 구속기간 연장을 모두 합리화한다면, 이는 <영혼 없는 법치>의 단계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법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절대화된 법이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법을 강자의 도구쯤으로만 여기는 사회도 그 인식 수준의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법은 문명국가의 옷과 같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 반쪽 짜리, 겉만 번지르한, 아무런 혼이 없는 옷을 입을 것인가.

1010일 김세윤 재판장의 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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