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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1000대의 벽을 깬 자동차
세계 최초로 1000대의 벽을 깬 자동차
  • 프리덤뉴스
  • 승인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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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출시된 콜롬비아 런어바웃

1903년 출시된 콜롬비아 런어바웃(사진)은 파격적인 가격(750달러)을 앞세워 1910년 단종될 때까지 1000대 이상 팔렸다. 콜롬비아의 다른 모델은 물론, 대부분의 자동차 가격이 3000달러를 넘었던 때, 단일 모델로 1000대가 팔린 세계 최초의 모델이다. .  

1908년 등장한 포드 모델 T의 가격도 850달러였다. 그 때, 미국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4200여 대에 불과했다. 미국 전역에서 운행되는 자동차 4대 중 1대가 콜롬비아 런어바웃이었던 셈이다. 단일 모델로는 지금도,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시장 점유율이다. 

놀라야 할 것이 따로 있다. 콜롬비아 런어바웃은 배터리와 모터로 구동되는 전기차였다. 하나 더 놀라운 것은 시속 24km의 속력을 냈고 한 번 충전하면 40마일(65km)을 달릴 수 있었다. 덧붙여 이야기할 것이 또 있다. 

당시 도로 곳곳에 설치된 충전소를 이용하면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약 400km를 어렵지 않게 달렸다. 포트 매뉴펙처링과 전기차회사(사명이 Electric Vehicle Company)가 합작 설립한 콜롬비아는 1899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다. 

1901년 콜롬비아 빅토리아 페이튼과 브로엄을 시작으로 콜롬비아 써리, 콜롬비아 빅토리아, 택시, 경찰차, 버스 등 다양한 전기차를 만들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콜롬비아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휘발유차가 밀려난 이유가 있다. 

휘발유차는 매캐한 냄새와 소음에 시달려야 했고 결정적으로 웬만한 남자도 시동 걸기가 쉽지 않았다. 패트롤식 자동차는 적지 않은 힘과 요령으로 크랭크 핸들을 여러차례 강하게 돌려야 시동이 걸린다(예전 경운기를 생각하면 된다).

운전석 옆자리를 조수석으로 부르는 것도 유럽과 미국의 고상한 귀족과 상류층, 여성 운전자가 크랭크 핸들을 돌려 시동을 거는 전문가를 이곳에 태우면서 시작됐다. 그만큼 크랭크 핸들을 돌리려면 많은 힘이 필요했고 간혹 역화 현상으로 팔이 부러지는 일도 발생했다.

반면 전기차는 스위치 하나로 간단하게 시동이 걸렸다. 당연하게 여성 고객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고 덕분에 미국의 전기차 시장은 급속하게 확장됐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운행된 전기차의 숫자는 유럽 전역보다 많은 2000여 대에 달했다.

3000달러 이상, 고가의 사치품이었던 자동차의 가격을 1000달러 미만으로 낮춘 콜롬비아 런어바웃의 인기는 당연히 치솟았다. 자연스럽게 여러 업체가 우후죽순 등장해 경쟁이 벌어졌고 미국 전역에서 한때 3만여 대 이상의 전기차가 운행됐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미국 전역을 합쳐 연간 수 십대에 불과했던 가솔린 자동차와 달리 콜롬비아의 전기차만 연간 수백여 대가 생산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1913년 포드가 배터리와 스타트 모터로 시동을 거는 첨단 사양의 모델 T를 내놓으면서 전기차의 인기는 급격하게 식는다.

시동을 거는 불편이 사라졌고 포드를 비롯해 뷰익과 캐딜락, 쉐보레 등의  메이커가 대거 등장해 더 빠른 속력으로 장거리를 달리고 힘까지 좋은 가솔린 엔진 기반의 자동차를 속속 선보이면서 전기차는 사양길로 접어든다. 

포드 모델 T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크랭크 핸들을 돌려야 시동이 걸렸다. 위기에 빠진 콜롬비아는 사명을 바꾸고 다른 회사(1910년 US 모터 컴패니)로 인수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고 1910년대 가솔린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1924년 역사에서 사라진다. 

20세기의 시작과 함께 절정의 인기를 끌었던 전기차가 10년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것.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전기차는 미래의 자동차로 불리며 천문학적 투자와 더불어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역사는 이렇게 아이러니를 반복하고 있다./프리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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