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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한자이야기](4) 支石墓(지석묘)
[생활속의 한자이야기](4) 支石墓(지석묘)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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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옮기면서 `고인돌`. 정확한 표기는 `고인돌무덤`

김병헌/국사교과서연구소 소장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는 과거 한자로 표기하던 명칭을 한글로 순화하면서 목관묘(木棺墓)는 널무덤, 석관묘(石棺墓)는 돌널무덤, 토광묘(土壙墓)는 움무덤, 적석총(積石塚)은 돌무지무덤,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은 돌무지덧널무덤과 같이 적고 있다.

용어 끝의 묘(墓), 총(塚), 분(墳)이 모두 무덤으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 원칙에서 벗어난 무덤이 하나 있으니 바로 고인돌이다. 고인돌의 한자 표기는 지석묘(支石墓)이나 한글로 옮기면서 묘에 대응되는 무덤이 빠진 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고인돌’을 ‘자연석을 사용하여 지상 또는 지하에 매장시설을 만들고, 지상에 큰 돌을 윗돌[上石]로 놓아 덮개돌[蓋石]로 사용하고, 그것으로 동시에 유력자의 무덤임을 표지로 삼은 한반도 특유의 묘제(墓制)’라고 정의하였다.

묘제(墓制)라고 하였으니 무덤임이 분명하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고인돌을 ‘큰 돌을 몇 개 둘러 세우고 그 위에 넓적한 돌을 덮어 놓은 선사 시대의 무덤. 북방식과 남방식이 있다.’고 하였다. 마찬가지 무덤이라는 뜻이다. 현행 교과서도 아래와 같이 ‘청동기 시대 대표적인 무덤’으로 고인돌을 소개하고 있다.

지석묘를 한글로 옮기면 고인돌무덤이며, 고인돌에 해당하는 한자는 지석(支石)이다. 지석은 달리 굄돌이라고도 하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북방식 고인돌에서 덮개돌을 받치고 있는 넓적한 돌’이라고 하였다.

즉 고인돌은 무덤이 아니라 덮개돌을 받치고 있는 돌[石]인 것이다. 지석묘를 고인돌로 바꿔놓고 이미 통용되고 있으니 별 문제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학술 용어는 이름과 실체가 분명하게 일치해야 한다.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 혼란은 불가피하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인돌’ 항목에서는 분포와 입지를 서술하면서 용강석천산고인돌군[龍江石泉山支石墓群], 개천묵방리고인돌군[价川墨房里支石墓群], 오덕리고인돌군[五德里支石墓群]이라 하여 ‘支石墓群’을 모두 한글로 ‘고인돌군’이라 하였다.

만약 한자 없이 한글로만 ‘고인돌군’이라 써놓는다면 과연 이것을 ‘고인돌무덤이 여럿 모여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支石墓群’을 한글로 옮기면 ‘고인돌무덤무리’가 된다.

​▲강화도에 있는 지석묘​​
​▲강화도에 있는 지석묘​​

한글로 옮기려면 한자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담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같은 갈래의 여타 용어와 일관성도 유지해야 한다. 의미도 제대로 담지 못한 데다 일관성조차 없이 두루뭉수리로 옮겨놓는다면 이는 학술 용어라 할 수 없다.  

혹자는 지석묘가 무덤 기능 외에 제단 기능도 있어 무덤이라 하면 이런 점을 모두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고인돌이라 한다고 해서 무덤 기능과 제단 기능을 다 포함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지석묘 분포 지역인데다 대부분 무덤 기능으로 축조되었음이 유물을 통해 확인되었다. 반면 제단 기능은 연구자에 의한 해석일 뿐 그 사례가 많거나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무덤이 아닌 제단 기능이 분명한 유적이 있다면 지석단(支石壇)과 같은 별도의 용어를 개발하여 구분하면 된다.

고인돌은 고여 놓은 돌이라는 뜻이다. 무덤이 되기 위해서는 고인돌무덤이라 하든지 아니면 지석묘(支石墓)라 해야 한다. 돌이라 써놓고 무덤이라 한다면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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