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수다] 봄 속 이방인 '춘설'
[詩수다] 봄 속 이방인 '춘설'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삶을 원한다.

굴곡지고 가난하고 보잘 것 없어도 그냥 일상처럼 지나가는 평범한 삶이기를, 그리하여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평범함으로 제각각의 위대한 삶을 멋지게 살아내는 삶이기를 말이다.

벚꽃이 만발한 사월인데 눈이 내렸다. 강원도라 산간지방에는 오월에도 간혹 눈이 내리는 걸 본 적 있지만, 춘설은 그리 썩 반갑지 않은 풍경이다. 봄은 봄다워야지. 봄 속에 끼어든 눈은 이방인처럼 생뚱맞지 않은가.

사람의 마음도 간혹 겨울 속에 갇혀 봄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우울 속에 갇힌 마음이 얼마나 황폐하고 얼어붙은 땅 같은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겨울의 질긴 껍데기를 벗고 봄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지 말이다. 그래서 어느 봄날 밤에 그녀들에게 바치는 시를 쓰게 되었다.

우울 속에 갇힌 모든 그녀들이 따뜻한 이 봄을 다시 느끼게 되기를. 아름다운 나를 다시 만나게 되기를.

그래서 힘겨운 눈물은 이제 그치게 되기를……말이다.

박소향/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박소향/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꽃잎 지는 밤 

허무해진 것들에 대해
차마 입을 뗄 수 없어서
이 밤 꽃이 집니다

터져버린 꽃잎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기 전
살아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하고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나와 만날 수 있을까

마음의 문을 열면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비워진 가슴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채기를 내고 숨어버린 무수한 날들이
밤비에 쏠려 강으로 흘러가고
기도의 무게만큼 불어난 아침에
새로운 삶이 노래하는 소리 들을 수 있을까

버리지 못한 것은 자신뿐이란 걸 알았을 때
이내 침묵하는 미움과 작별을 고하고
꽃처럼 또 꽃잎처럼 환한 길에 서서
사랑스러운 나와 손잡을 수 있을까

허무해진 것에 대해 차마 입을 뗄 수 없어서
이 밤 꽃이 지지만
그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 문을 열면 아름다운 내가 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