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향 詩수다] 밀물처럼 썰물처럼
[박소향 詩수다] 밀물처럼 썰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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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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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것 같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걱정 근심 없는 사람 없더라.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야."

잘 지내던 친구와도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고, 오해도 하면서 한동안 나 몰라라 지내기도 한다. 생각하지도 못한 일들이 일어나서 병원 신세를 지거나, 갑자기 직장을 옮기게 되어 한두 달 카드빚으로 맘고생을 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 갑자기 보증금 올려달라는 집주인 전화에 뜻밖의 위기감에 처하기도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는 속담은 그래서인지 진짜 명언 중의 명언 같다. 나름대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우리 모두는 각자 알아서 잘 살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한동안 삐져서 연락도 안 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해서 그런다. 꼭 그렇게 말을 한다. 어디 가서 밥이나 먹자는 말에 나는 또 못이기는 척 그런다. "그래." 그래서 다시 화해 모드.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참 신비롭다. 그것이 어떤 이유, 어떤 결과였든지 말이다. 뜻밖의 고난처럼 화해의 기쁨도 늘 뜻밖에 온다.

박소향/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박소향/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밥이나 먹자

가벼운 상처로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새벽 기차 소리여
긴 추억의 발원지를 지나
어느 유영(游泳)의 봄 둑에서
울다만 꽃잎으로 너 다시 피어날까

푸른 비에 자맥질하던 바다는 알겠지
파도가 된 폐선의 영혼도
끝내는 정박하지 못한 어머니의 문 앞에서
먼 기억의 닻을 내린다는 것을

보이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잡어처럼 뒤섞이어
바닥까지 길들여진 이생의 눈물을
서로 말려준다는 것을

쓸쓸히 졸던 그리움이 바다를 향해 날 때
이별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사랑을 담은 마지막 그 말이
얼마나 많은 별빛으로 세상에 비추는지를

붉은 가슴통이 안개를 몰고 와
산수유 꽃가지마다 물고를 트는
그런 봄날이 오면

어느 아버지가 들려주다만
어느 여인이 눈물짓다만
어느 애인이 사랑하다만
먼 바다 기슭 기차소리 옆에서

그대 같이 밥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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