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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에 학부모에게 띄우는 편지
스승의 날에 학부모에게 띄우는 편지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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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진경/중등교사
육진경/중등교사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을 보며 참 날씨가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오월입니다.

그런데 오월의 맑고 푸른 날 15일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 그리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꽃과 선물을 못 받아서 그런 건 아닙니다.

오늘도 학생들을 만나러 등교하는 길은 내 삶의 이유 중의 하나니까요.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 생각납니다. 여고 1학년 국어 수업 시간이었지요. 또랑또랑한 눈빛,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열의의 찬 여학생들의 얼굴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나를 선생님으로 불러 주고 따르며 쉬는 시간마다 질문하러 교무실에 오곤 했던 그 소녀들이 지금은 40대 중반이 되었겠네요. 그 후 개구진 중학생들과 지내기도 하며 햇수로는 29년이 되었네요.

유독 나를 힘들게 했던 학생들이 제 맘에 오래도록 자리 잡았어요.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이혼을 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아니면 마음이 많이 아팠던 아이들은 지금도 가끔씩 생각이 납니다. 또 가끔 연락을 하기도 합니다.

학부모님들과 함께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 상담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가정사까지 상담하며 같이 울기도 했지요. 저에게 온 아이들의 이름은 가슴에 품고 1년 동안 이름을 부르며 기도합니다. 자녀 교육이 내 뜻대로 안 된다는 말이 있듯이, 담임을 하게 되면 우리 반이 내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기 보다는 유익한 것, 바른 걸 하도록 지도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사회에 유익한 것이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실제로 사회에서 실현하기 어려워서 진로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좇아가다가 인생을 허비할까봐 걱정하는 것은 부모님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아가기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학생의 인권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다가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친밀감의 표시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어도 혹시 이거 성추행에 걸리는 거 아닌가 머뭇거립니다.

그냥 나눠~’. ‘애쓸 필요 없어.’, ‘가정사 물어보지 마. 개인정보 침해야.’, ‘아니 그러면 어떻게 상담을 해요.’, ‘자기애를 데리고 상담했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성적도 묻지 마.’, ‘ 아니 그러면 어떻게 지도해요?’ 그러니까 그냥 두라는 것이 선배 교사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글픈 조언입니다.

저도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는 학생을 깨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같이 수업을 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교사에게 몇몇 학생들은 쉴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인권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은 깨우면 당당하게 이야기 합니다. ‘

저 피곤해요.’ 그리고 그냥 잡니다. 교사는 어떻게 지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학생님께서 피곤하시다는데 교사놈이 뭐라 하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겁니다.

화장이나 염색 피어싱 등도 지도하기가 어렵습니다. ‘개성을 실현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님들은 학교에서 제대로 지도를 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학생인권을 침해하면 안 되니 지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심지어 어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아부하는 사태도 생깁니다.

염색하고 오면 , 머리 색깔 이쁘다.’ 교복을 입고 오지 않는 학생에게 오늘은 교복은 안 입었네. 내일은 꼭 입고 와.’ 이러며 꼭 안아줍니다. 멀쩡하게 교복 잘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은 눈에 띄지 않지만 법을 어긴 학생은 특별한 사랑을 받는 혜택을 누립니다.

학교와 학부모가 한마음으로 우리의 자녀를 지도하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저는 학교가 지도를 포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엄격하게 지도하면 항의가 들어오고, 교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은 신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도 열심히 동성애의 폐해를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했더니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생 인권 침해 신고가 접수 되었다며 몇 달 동안 힘들었습니다. 도와 주신 분들이 계셔서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입니다.

신고한 학생의 인권은 철저히 보호하고 저의 교권은 무시되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의 인권조사관이라는 사람이 저에게 심문을 하듯하며 수업자료 일체를 제출하라고 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수업을 할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교권 침해, 즉 수업권 침해입니다.

왜 교사와 학생이 갈등 상황이 되었을까요? 사랑하고 존중하는 관계로 가르쳐야 하는데요.

저를 신고한 학생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 학생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은 졸업한 그 학생을 사랑합니다.

오늘은 스승이 날인데 교무실 분위기는 우울했습니다. 꽃 한 송이도 대표가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 받을 수 없는 형편으로 전락한데다가 교사가 왠지 잠재적 죄인으로 감시해야 하는 대상인 된 것 같습니다.

요즘 선생님들은 그저 속 썩고, 참고, 비난을 감수하다가 너무 힘드시면 퇴직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립니다. 그래도 많은 선생님들이 다음 세대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흔들리는 교단을 붙잡고 계십니다.

해마다 바뀌는 아이들을 교실에서 만나며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포기할 수 없기에 소망을 갖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교단을 지키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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