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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 운명을 미국과 북한에 맡겨도 되나
[칼럼] 우리 운명을 미국과 북한에 맡겨도 되나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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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2차 세계대전 시 우리 한국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카이로, 포츠담, 얄타에서 가진 강대국들의 협의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 상태에서 우리를 대표할 정부를 갖고 있지 못하였고, 따라서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대표하는 정부를 가지면서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 사례는 1905729일에 일본의 내각 총리대신이자 임시 외무대신이었던 가스라 다로(桂太郎)와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가 맺은 비밀협약이다.

이 밀약의 존재에 대하여 부정하는 의견도 없지는 않지만, 필리핀은 미국이, 한반도는 일본이 통제하는 것을 서로 묵인하는 밀약으로 우리는 알고 있고 무척 분개하고 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라는 명분으로 한반도의 장래를 주제로 협상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인가?

그들이 종전(終戰)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운명과 관련된 일이 아닌가? 미국과 북한은 판문점, 싱가포르, 뉴욕에서 다양한 협상을 하고 있지만, 신문에 난 추측성 보도 이외에 우리 대한민국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우리 정부도 국민들에게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과 북한 간에 어떤 조건에 합의되었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폐기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할 여건도 되지 않다면서 수차례 회담을 시작하는 회담에 불과하다면서 612일의 미북 정상회담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는가?

우리 정부는 현재 미북 간에 어떤 내용이 어느 정도로 협의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재건에 한국이 대부분의 경제적 부담을 할 것으로 언급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약속을 했는가? 그렇다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이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포기하거나 변화시키지 않은 것은 `전 한반도 공산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적화통일`의 목표이다. 남한에 대한 지배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바라는 것은 핵무기 폐기이다. 북한은 남한지배만 허용된다면 핵무기까지 폐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도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한다면 북한의 한국 지배를 허용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혹시 카스라-태프트처럼 미국과 북한의 대표들이 이 둘을 교환하기로 밀약할 가능성은 없는가? 트럼프는 12일 전이라도 종전을 위한 협의를 하겠다는데, 종전이 선언되면 6·25전쟁이 종료되어 유엔사와 유엔군은 철수해야하고, 주한미군의 주둔이나 한미동맹의 유지 명분도 약해진다.

국민들의 대부분은 대()중국 포위나 다른 동맹국에 대한 약속 차원에서 미국은 한국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의 계산법을 우리가 확신할 수는 없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 폐기가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확실히 포기해도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미국에게 한국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을 수 있다.

이와 같은 극단적 교환은 아니더라도 주한미군의 상당한 감축과 일부 핵무기를 포함한 ICBM의 폐기를 미국과 북한이 교환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만약 위에서 우려하는 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은 어떻게 되는가? 주한미군이 철수하거나 감축되어 확장억제나 동맹공약의 준수가 불명확해진 상태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과연 평화로운 남북관계가 가능하겠는가? 북한은 사사건건 핵무기로 위협하면서 한국의 정책방향을 지정할 것이고, 어느 순간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다가 실제로 사용하여 그들의 숙원인 한반도 통일을 달성하고자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보는 아니면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인간에게는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 국가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 선조들이 일제하에서 독립을 추구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우리 문제에 대한 우리의 결정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지 않았나?

지금까지 미국에게 요구한 것이 자주권의 확립 아니었나? 그런데 우리는 현재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권한을 미국과 북한의 협상에 맡겨두고 있다. 이래도 괜찮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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