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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폐허 위에 피는 코스모스처럼
[칼럼] 폐허 위에 피는 코스모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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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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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석/시인, 자유기고가
손우석/시인, 자유기고가

이미 예견하고 있던 일들이지만, 막상 그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사람들은 어떤 상태에 빠지는 걸까?

의사로부터 말기 암 증세로 한 달밖에 살지 못하리란 진단을 받고 나서도,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어떤 기적이 일어나주길 바라다가. 정작 숨이 끊어질 때 사람들은 새삼 놀라고 절망하며 슬프게 숨져가곤 하는 것이리라.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쓴 "이제 원군은 오지 않는다!"는 방정맞고 절망적일수도 있는 글 그대로 되었다.

문재인의 중매와 트럼프의 인수에 따라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저 동토의 3대 세습 주체독재 노동당 집단의 어린괴수 김정은이 화려하게 국제 외교무대 데뷔에 성공했다.

그자들이 합의 발표한 문서 그 어디에도 그렇게 나불대던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게 하는 CVID는 끝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의 보수는 궤멸을 맞이했다. 드루킹 여론 조작설의 중심에 있는 자도, 여배우 스캔들에 휘말린 자도 다 보란 듯이 지방정부의 수장이 되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의 앞길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우파적 시각에서는 재앙이라고 비칠 수도 있는 그 두 가지 사안을 두고서도,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가 부동산 장사치 근성을 버리지 못하고 당면한 제 잇속만을 챙겨 한국을 버렸다느니, 아니 그게 아니라 겉으로만 그랬지 이면에선 더욱 북한을 옥죄어 실질적인 항복을 받아낸 것으로 비핵화 달성과 북한의 친미정권화, 나아가 통일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느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는 문재인과 트럼프가 일으킨 신북풍의 결과물이라든가, 자한당 홍준표의 자의적 공천과 리더십 부재 탓이라든가, 아직 촛불정권과의 밀월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는 언론 탓, 심지어 지금은 감옥에서 서서히 시들어가는 박근혜 책임론 등둥이 제각각의 설득력을 강요하며 난무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겠으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자초한 불행을 남 탓을 함으로써 완화하려하고, 끊임없이 이유를 찾아내어 합리화 시키는데 몰두해왔다.

모든 국민들은 다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선택하고, 그 정부의 다스림에 안주하며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19604월 마산 앞바다에서 왼쪽 눈에 최류탄이 박힌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되어 4.19혁명의 기폭제로 작용한 김주열의 죽음과, 197910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의 빌미로 작용한 부마사태 이후 경남지방은 `민주화운동`의 성지처럼 작용해 왔다.

그 경남의 도지사로 아직 드루킹 여론조작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경수가 당선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시대정신의 변화인가, 아니면 어딘가에서 빠져버린 나사못으로 인해 삐딱하게 굴러가는 역사발전 법칙의 수레바퀴인가?

이제 그 치졸한 남 탓은 그만두자! 더 이상 미국 감나무 아래 누워 입만 벌리고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작금의 현상이 바람직한 것이라면 여러분들이 잘한 탓이요, 타파되어야 할 부조리한 것이라면. 그 또한 우리가 잘못한 탓이다.

아이들의 교육이 잘못 되었다하며 전교조 탓만 한다든지, 현정부의 친북좌경화 노선을 촛불과 언론, 문정권의 탓으로 돌리고, 미북회담 성사를 빛 좋은 개살구라며 그들과 트럼프를 개 나무라듯 한다 해도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모든 것, 이 모든 현실의 질곡은 다 우리가 자초한 것이다. 왜 그런 것들이 그렇게 되도록 무심했으며 방치하거나 방조했는가?

왜 그 순하디 순한 양들의 침묵만을 고수해왔는가? 보수 쪽 전직 대통령 둘을 감옥에 처넣고 하는 선거에서 어찌 보수가 이기길 바랐는가?

이제 보수는 저들이 바라마지 않아 온대로 명실상부하게 궤멸되었다. 무너질 바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그러나 되 돌이킬 여지만은 남겨두고 궤멸해 버리는게 낫다.

미군의 원폭에 의해 지워졌던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이제 완전히 부흥된 국제도시로 거듭나지 않았는가!?

그같이 철저히 무너진 폐허 위에 퍼질러 앉아, 무심하게 지내온 어제와 참담한 오늘을 실컷 통곡하고 자책한 다음, 쉽게 지워지지 않게 뼈에 새기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새 사람이 되어 서서히 일어날 길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밟히고 또 밟혀도 기어이 되살아나고 마는 코스모스 뿌리처럼! 그렇게 각성된 아름다운 자태로 되살아나 이 삼천리강산을 진정한 꽃동산으로 만들며, 미래의 신세계를 준비하고 맞이해 가야 하지 않겠는가?

폐허에서 피어난 코스모스는 그로인해 더 보고만 있어도 절로 눈물이 날 만큼 영롱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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