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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에세이] 공자 가라사대 '식불언'
[푸념에세이] 공자 가라사대 '식불언'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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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수필가
노경민/수필가

'식불언(食不言)' 음식을 먹을 때는 쓸데없는 말을 삼가야 한다는 한자어다.

공자가 말하고 유교 사상에 젖은 아버지가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 개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물며 사람이 밥을 먹는데 유쾌하지 못한 말을 하여 급기야 체하기까지 하니 피할 일이다.

"아니 요즘 애들은 왜 그러는 거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 남자애 한 명하고 여자애 둘이 앉았는데, 글쎄, 어이없어."

어쩜 똑같이 남자애도, 여자애도, 한 발씩 맨발을 의자 위에 척 올리고 맨발을 쓰다듬으며 밥을 먹는데, 구역질 올라오는 줄 알아 자리를 옮겼단다.

그 옆엔 또 젊은 남녀가 마주 앉아, 흑백 운동화에 청바지. 다리는 척 꼬고 앉아서 먹는 모습도 거슬렸다. 남자는 가위까지 청해서 한입 크기로 고기를 잘라주며 여자더러 먼저 먹으라며 챙겨주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척 끼고서 주먹밥을 앙증맞게 빚어 그릇에 담는다. 옛날 그 남자애는 내게 술만 먹이려고 기를 쓰더니, 제가 먼저 엎어져 버렸던 기억에 웃고 말았다.

"젊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야. 샘나는 게지. 난 어제 애들하고 식당 갔다가 기겁했다. 도대체 뭘 배우고 자란 부모인 것인지."

다른 사람들 밥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애가 똥 쌌다며 기저귀 간다고 냄새 풍기며 보란 듯이 갈고 있는 거야. 그 기저귀를 뭉쳐서 식탁 위에 턱 하니 올려놓고 밥 먹더라. 거기에 애들은 왜 동쪽에서 서쪽으로 우다다 하며 뛰어다니게 두는 건지.

뛰다가 수저통 쏟아 종업원이 와서 '뛰어다니면 안 돼요'했더니 그 애 엄마가 와서 종업원더러 '네가 뭔데 내 아들을 꾸짖느냐, 애들은 원래 뛰어다니면서 크는 거다'라고 종업원에게 큰소리다.

요즘 일명 '맘충'이라 불리는 특정 부모는 자식을 지나치게 아껴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아주기는커녕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예절은 안 가르치고 갑질하는 형태를 자연스레 배우는 땅콩 항공 가족처럼.

식당 주인 말씀이 밥 먹고 식당에 기저귀 놓고 가는 사람도 있고, 시끄러운 아이 단속은커녕 혼도 못 내게 하는 부모도 있다. 킥보드나 바퀴 신발 타고 돌아다녀도 잘한다고 칭찬하니 어쩌지도 못하는 심정이란다.

그런가 하면 그래도 살 만한 것이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배꼽 인사를 가르치며 '잘 먹고 갑니다' 인사를 시킬 때면 하루의 피로가 다 씻겨 나간다고 말한다.

아이 탓이 아니라 그 부모 탓이로다.

내 탓 맞네./프리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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