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선가 바람 냄새가 난다.
어제와는 다른 바람이다. 깊은 골, 높은 하늘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이 바람은 아마도, 가을인 듯싶다.
생사의 갈림길처럼, 아니 이승과 저승 사이처럼 문패도 없이 드나드는 이 바람이 문을 두드리는 나그네의 꿈처럼 저녁을 온통 물들이고 있다.
아직 털어내지 못한 슬픔 한 덩어리가 뜨겁게 남아 달구어지고 있지만, 이제 여름은 끝났다.
그리고 메아리처럼 남은 이름도 잊어야 하는 시간.
남아 있는 이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서라도 무엇이든 잊어야 하리라.
가을이 저기 산과 길 위에 오고 있으니…….
산울림
가을
높은 하늘이 풀어놓은 미련은
고스란히 산이 되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외딴집 문살에
주문처럼 펄럭이는 단풍잎 하나
오후
햇살만 혼자
문에 기대 울다 가고
바람뿐인 숲길에
홀로 외로운
산울림의 텅 빈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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