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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 詩수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박소향 詩수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게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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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박소향/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어디에선가 바람 냄새가 난다.

어제와는 다른 바람이다. 깊은 골, 높은 하늘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이 바람은 아마도, 가을인 듯싶다.

생사의 갈림길처럼, 아니 이승과 저승 사이처럼 문패도 없이 드나드는 이 바람이 문을 두드리는 나그네의 꿈처럼 저녁을 온통 물들이고 있다.

아직 털어내지 못한 슬픔 한 덩어리가 뜨겁게 남아 달구어지고 있지만, 이제 여름은 끝났다.

그리고 메아리처럼 남은 이름도 잊어야 하는 시간.

남아 있는 이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서라도 무엇이든 잊어야 하리라.

가을이 저기 산과 길 위에 오고 있으니…….

산울림

가을
높은 하늘이 풀어놓은 미련은
고스란히 산이 되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외딴집 문살에
주문처럼 펄럭이는 단풍잎 하나

오후
햇살만 혼자
문에 기대 울다 가고

바람뿐인 숲길에
홀로 외로운
산울림의 텅 빈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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