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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냉방 보급과 엇박자 내는 대기환경정책
가스냉방 보급과 엇박자 내는 대기환경정책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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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48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지난 724일 공급예비력은 709, 공급예비율은 7.7%까지 떨어졌다. 당초 올 여름 전력피크를 8830수준으로 예상하고, 공급예비력 1241공급예비율 14.1%를 장담했던 전력당국 입장으로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겨울철 전력수요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 10월 한파가 예고되는 등 올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울 것이라는 장기예보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냉난방 전력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전력부족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2011년 벌어진 사상초유의 순환정전은 여름이 지나갔다고 안심한 915일에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수급의 돌발적인 변수가 적지 않아 피크전력을 완화시키는 대안이 절실한 상황에서 가격·효율성 보다 안전·환경을 우선하는 에너지정책 대전환과 맞물려 가스냉방 보급은 당위성을 지닌다.

그러나 정작 친환경 가스냉방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화석연료 시대에서 신재생에너지 시대로 넘어가는 브리지 연료로서의 천연가스 신수요 창출을 위해 가스냉방 보급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정작 가스냉방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최근 환경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이 가스냉방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해 우려가 크다.

환경부는 대기오염 배출사업장 관리대상 확대, 배출허용기준 강화 등을 신설해 2020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3일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설비용량 시간당 1238000이상, 400RT급 흡수식 가스냉난방기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리대상으로 적용된다.

가스냉방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17374개소 63363(459872RT)가 설치되어 있다. 용량 비중은 일반용인 GHP(가스히트펌프)17.3%이며, 중대형 건물에 주로 설치되는 흡수식 냉온수기가 3796290RT(82.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4000평 이상의 업무·상업용으로 쓰이는 400RT급 흡수식 냉온수기가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리대상에 포함되면 강화된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에 맞는 저녹스 보일러를 설치해야 하고, 배출가스 사후관리로 설치비와 관리비가 대폭 늘어나게 된다. 건물주의 가스냉방 설치 기피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앙집중식 냉방시설로 4000평 이상 건축물은 '건축물 냉방설비에 대한 설치 및 설계기준' 4조에 따라 주간 최대 냉방부하의 60% 이상을 심야전기 축냉식, 가스 냉방, 집단에너지 지역냉방, 소형열병합발전 냉방, 신재생에너지 냉방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대로 흡수식 냉온수기가 개정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규제에 적용을 받을 경우 심야전기를 이용한 축냉식 설비가 가스냉방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심야전기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되고, 이는 전력피크 수치를 더 높이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국가 에너지이용효율 기여와 기후변화 대응, 새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긍정적 효과가 분명한 가스냉방 보급을 촉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시장 환경을 어렵게 만들어 범정부적 친환경정책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새 기준 맞춘 저녹스 버너생산업체 한 곳특혜시비 우려

가스냉방은 전기에서 가스로 냉방수요를 이전해 하절기 전력피크와 동고하저의 가스 수요패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연구기관에 따르면 전체 냉방시장에서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을 10%P 높이면 매년 약 3000억원 상당의 에너지 수요관리효과가 발생한다. 전기·가스 수요패턴 균등화로 LNG발전소 5, LNG저장탱크 3.5기 건설비용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400RT급 흡수식 냉온수기 3000개의 전력대체효과는 843로 지난해 준공한 당진 부곡 LNG복합발전소 4호기 700를 웃돈다.

최근 수년 사이 냉방부하 비중 증가세는 예사롭지 않다. 200820.9%에서 201022.0%, 201223.8%, 201524.5%에서 2016년에는 27.4%까지 치솟았다. 가파른 전력소비량 속에서 냉방용 소비량은 더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가스냉방은 전력피크 부하뿐 아니라 기저부하 감소에 기여해 에너지정책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인 정책수단이다. 전체 냉방시장에서 가스냉방 비중이 21%를 넘는 일본의 경우 동일본 지진 이후 원전가동을 중지했음에도 분산전원의 역할로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꾀하고 있음은 이를 방증한다.

이와 함께 환경부가 특혜시비에 휘말릴 소지도 크다. 환경부는 개정안을 통해 증발량이 시간당 10톤 미만이거나 열량이 시간당 619미만인 시설에 대해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했다. 20141231일 이전 설치시설은 현행 150ppm 이하에서 60ppm 이하로, 201511일 이후 설치시설은 60ppm 이하에서 40ppm 이하가 적용된다.

문제는 이 같은 새로운 질소산화물 배출허용기준에 맞춰 흡수식 냉온수기에 적용되는 저녹스 버너를 생산하는 업체가 전국에서 한 곳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개정안이 경과규정도 없다는 점에서 2020년 말까지 모든 건물주가 새 기준에 맞도록 냉방설비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 자칫 국가에너지효율과 친환경 측면에서 정부 정책에 부응하며 가스냉방설비를 설치한 상당수 건물주를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정책이 시장 활성화를 돕는 게 아니라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다. 환경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관리정책은 전력대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에 기여하는 가스냉방 보급에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도록 긴 호흡으로 이어져야 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치밀하고 세심하게 준비하지 않은 정책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프리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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