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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념에세이] 처음처럼 만나고 싶다
[푸념에세이] 처음처럼 만나고 싶다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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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민/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
노경민/수필가(한국문인협회 회원)

그때 그 모습이 그립다.

처음 만나기 위해 준비하던 시간과 만남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던 마음. 처음이라는 어색함과 부담스러움, 불편하면서도 서로를 알기 위해 반짝이던 눈동자. 처음이라는 신선함이 깨끗하다.

"아니, 지가 날 알기나 해? 학교 다닐 때 선도부면 평생 선도부냐고. 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그러느냐고?"

첫인사에 학교를 묻더니 그 많은 학생을 다 안다는 건지, 알지도 못하는데 같은 학교 다녔다고 갑자기 돌변하는 사람.

같이 학교 다녔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건만, 같은 고향이라고 한 동네 아래윗집 살아도 모르는데 어찌 다 안다고 참견을 하는 건지 갑자기 친해지고 반말에 안하무인처럼 닦달이다. 친절함도 좋지만, 다정도 병이라고 넘치는 참견은 부담스럽고 기분이 나빠진다.

"걔는 처음엔 다소곳하니 입도 뻥긋 않던 애잖아. 그런데 아니더라. 내숭과인가 봐. 여간내기 아니던데. 우리도 배워야 해. 조신하게 행동하고 계산도 해봐야지, 아무 생각 없이 말하니 당하는 거잖아."

처음 같지 않은 사람을 보면서 사람들의 이기심을 본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배운다지만 한결같은 사람이 더 편안하고 따뜻하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만날 때마다 양파껍질 벗기듯 새로운 사람을 의뭉스럽다 하지 않은가. 신비롭다고 여기다 어느 순간의 헛똑똑이기도 하면 다행이지만 뒤통수 맞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은 처음 만날 때가 좋아야 해. 첫눈에 딱 필이 와서 연애도 하고 친구도 하는 거지. 그러다 보면 결혼도 하고 친구 따라 강남도 갈 수 있지."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새로운 시작이고, 그 인연으로 내 삶의 변화도 온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 주는 사람도 있다.

취미가 같아서 같이 즐기기도 하며, 생각이 일치하면 마음마저 열어준다. 자주 얼굴 보고 이야기하며 함께 나누다 보면 동반자도 되는 것이고 깊어가는 정도 느낄 것이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처음의 설렘이 좋다. 처음처럼 만나고 싶다.

오늘 그대가 나를 속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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