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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 詩수다] 추억과 풍경
[박소향 詩수다] 추억과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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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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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향/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박소향/시인(한국문인협회 회원)

어느 날 다시 가을이 왔다.

불현듯 잊혀졌던 오랜 기억들을 그리움이라 불러도 좋은…

가을이 오면 오래된 추억들을 맘껏 주워도 좋으니 좋다.

"단풍이 예뻐지면 가을 여행 한번 가자."

어느 날 친구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여행을 가보자며 계획부터 짜보자 한다. 몇 년 전에 그 친구와 갈대가 아름답던 명성산에서 늦가을을 만끽하던 추억이 생각났다.

붙잡고 싶어지는 것이 많아지는 계절, 마음에게 여유를 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으니 가을이 맞나보다.

그래! 단풍과 낙엽과 갈대를 느끼러 떠나가 보자.

길 위에 남은 추억은 떠나지 않고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테니까.

마지막 잎새

어느 날의 끝에 서서
마지막 남은 과실이 
단맛을 잃고 떨어지는 순간이어도
너는 떠나지 마라

메마른 시간이 풀잎 위에 쓰러져 
자폐가 된 그리움만 뒹굴지라도
낮은 땅에 머리를 대고 꿈꾸던
너는 떠나지 마라

강 내음이 정적을 가르는 낯선 오후에
기도를 잃은 내가 잠시
그 땅의 이방인일지라도
단절의 벽만큼 두려운 것은 없으니
지금은 떠나지 마라

갈대마냥 낡은 정신의 한 부위를
주인 없는 노을처럼
바작바작 태우고 있는 내가
여전히 나라고 외치는 지금도
단순한 하나의 그리움은 너뿐이려니

떠나지 마라 
떠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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