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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세상 1] 법에 자유로운 권력과 파시즘
[김기수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세상 1] 법에 자유로운 권력과 파시즘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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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변호사
김기수/변호사

사람에게 법이 왜 필요할까? 법은 공기와 같아서 사람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지낼 때는 법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문제로 무엇인가 어려움에 봉착하여 그 해결책을 찾으려 할 때 주로 법을 찾는다.

실제 대부분의 그 어려움은 법이 해결해주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법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소중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이 개인이 닥친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 답은 법이 가진 힘 즉 공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권력은 개인들이 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재를 가한다. 이 공권력을 누가 또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둔 것이 헌법이다.

 이러한 수 많은 개인과 개인간의 집단적 선택과 약속을 문헌으로 만든 것이 바로 헌법이다.

 이 헌법이 국가를 만들고 국가는 법률을 제정하여 공권력을 행사하므로 결국 공권력의 행사는 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지 권력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국가의 헌법은 공권력의 행사를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수단으로 할 것인지 정해준 국민들의 위임장이며, 한편으로는 공권력의 행사가 자의적으로 집행되어 개인의 생명과 재산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를 신장시키겠다는 국가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공권력의 담당자가 헌법과 법률이 준 권한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여 자유를 제약하거나 국민의 자유보호의무를 위반할 경우를 대비해서 헌법은 탄핵제도를 형법은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를 마련해두었다.

 국가의 공권력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 그리고 공권력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그리고 정치과정의 핵심은 바로 선거고, 선거에서의 핵심은 후보자들의 공약이다. 그러나 그 공약이란 정당이 유권자를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가격표가 없는 메뉴판일 뿐이다.

 그 공약의 주인공이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그 공약이 바로 집행될 수 있는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약이 정책이 되려면 공약과 공약간의 모순, 공약과 기존 정책간의 충돌여부를 살피고 만약 충돌이 있다면 그 충돌을 회피할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하여 세밀한 검토를 거쳐 가격표가 붙은 정식메뉴판인 정책으로 다듬은 다음에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만약 그런 공약 중에서 기존의 정책을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의 상충되는 법률은 개정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그로 인하여 국민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국회에 대해서는 예산과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마땅하다. 그러한 순서나 과정을 거친 후에서야 ‘공약’은 ‘정책’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후보가 내건 공약의 100%가 모든 정책으로 재탄생되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는 아니다. 유권자는 후보가 내건 수많은 공약 모두를 지지하기 때문에 그 후보에 대한 표를 던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의 결과는 유권자들 각자의 차별적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는 감격에 겨워 자신이 내건 공약의 100%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착각하기 마련이다.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모두 실천하는 것은 당선자가 짊어질 정치적 책임의 영역이고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공약은 그대로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가격표없는 메뉴판일 뿐이다.

공권력을 손에 쥔 자가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거추장스러운 법률을 만들거나 기존의 법률의 제약을 받지 않겠다고 편법을 강구하면 바로 이 때부터 법치주의는 후퇴하기 시작한다.

집권자가 자신의 공약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행하고야 말겠다는 공약우선주의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선언이다. 문재인정부는 탈원전을 뒷받침할 법안을 발의하는 대신 정치적 책임이 없는 탈원전로드맵을 만들었다.

 법률안통과를 위해 야당을 설득하고 원자력산업계를 설득할 필요가 없는 간편한 로드맵을 만든 후 탈원전을 비상식적으로 강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권력을 제약하는 법률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새로 만들어 입으려고 하지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국회가 만드는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정부가 되려고 했으며 이미 절반 이상은 성공했다.

 탈원전공약은 법률적 뒷받침없이 로드맵으로 변신한 후 산자부는 압박했고 산자부는 발전사업자의 경쟁촉진을 위하여 제정된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제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탈원전을 억지로 구겨넣는 괴력을 보였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에 대한 경제성이 있다는 회계법인의 경제성분석보고서를 손에 쥐고서도 조기폐쇄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고 산자부는 그로 인해 한수원과 협력업체들이 입을 손실에 대하여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한 국가의 에너지정책이 일개 주식회사 이사회의 의결로 결정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 날은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권력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현상은 과히 ‘공약집의 법령집화’라고 부를 만하다. 이제 국회가 만든 법률 따위는 필요없다는 말인가?

공권력이 법이 만들어준 제복을 벗어던지고 춤을 추는 광란의 현장을 관료들이나 제도권 기관들은 묵묵히 주시하며 심지어는 동조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권력이 법의 제약에서 벗어나니 대의제의 상징인 국회는 국민의 신뢰와 권력견제능력을 상실하였다. 이제 국민들도 좌, 우 구별없이 광장민주주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법 따로 공권력 따로’ 라는 파시즘적 현실에 눈뜨며 차츰 협심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법이 왜 공기와 같은 지를 드디어 알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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