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침범할 수 있는 영역일 거라 믿었다.
대문도 없이 저렇게 펼쳐져 있는 들판.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뒤덮이어 노니는 그 이름도 없는 계절의 한복판에서 나는 그리 믿고 무조건 들이닥쳤다.
그런데 거기 문이 있었고, 주인이 있었고, 이름이 있었다.
가을이란 주인, 낙엽이라는 이름, 저녁이라는 문이 있었다.
잊은 거였다.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문이 있고 주인이 있었다는 것을.
저녁 서풍이 불고 밤이 내릴 무렵 나의 것이라 믿었던 그들은 문을 닫았다.
"이제 그만 쉴래, 나가 줄래? 문 닫을 시간이야."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고 고요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도 그만 나가야 했다.
내가 잠시 침범했던 가을이라는 낙엽의 땅을…
내 것이 아니었던 그 계절의 품을…
그리고 떠나는 것은 낙엽뿐만이 아니란 것도 그제야 알았다.
그 이름 낙엽
순간
저 낙엽처럼
확 물들고 싶네
가장 어여쁘게 물든 순간
바람에 묻혀
훨훨 날려가고 싶네
그러니
가을이여
추락하는 고독의 열기를
내버려두지 말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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