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어느 조문
[명시 산책] 어느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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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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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 민

 

고대 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과친구 어머님께서 소천하신
날이다

하늘로 올라가시는 길을
침침하신 눈에 행여나 헛발 디디시지
마시라고,

늦가을 비가 내려
미세먼지를 모두 쓸어버린다

싸리비처럼 내린
비에

비애의 나비들처럼 날개가 모조리
빗물에 젖어 땅바닥에 바싹 붙어버린 은행닢들이
가로등에 번쩍이는 것이

왠지 돼지껍딱 조각들같이
맛있어보인다

슬픈 비애의 맛깔스러움.

그래서 그런지
장례식장의 육개장이며, 절편떡이며, 홍어회며,
술안주 등등 모두가 죄송하지만 맛있다

대학교 때 과친구집에 들르면
그렇게도 자상하시던 어머님께서 마지막 가시는
길에

정성스럽게 차려 놓으신 다례라고
생각하니 목이 메이게

맛있나보다

우리들 삶도 서러웁게 슬프게만 느껴지던
지난 추억들도 곰곰히 씹으니
단내가 나지 않던가

머언 먼 별의 고향으로 가시기도
바쁘신 당신께서 끝까지 이 무례한 놈을 몸소
챙겨주시니

황송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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