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지문이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공항에서 스위스 국적의 여성이 입국을 거절당하는데요. 이유가 지문이 없어서였습니다.
이 여성은 매우 희귀한 무지문증(adermatoglyophia) 현상을 가진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지문은 손가락과 발가락에 모두 있지만, 발가락 지문은 진하지 않다고 해요. 출처: fotolia
스위스 바젤 의대의 피터 이틴 교수는 해당 여성을 추적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합니다. 그녀의 친족 가운데 9명이 무지문증 현상을 보인 거죠.
무지문증에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가설을 세운 이틴 교수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엘리 스프레셔 교수와 함께 원인 유전자를 찾기에 이릅니다.
범인은 바로 'SMARCAD1'이란 유전자였는데요. 피부에 영향을 끼치는 이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무지문증 현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지문은 왜 있을까?
인류학자 니나 야블론스키 교수는 자신의 저서
지문 없이 매끈한 손과 발보다 지문이 가득한 손발을 가진 영장류가 나무에서 덜 미끄러진다는 것이죠.
한편, 학계에는 다른 방향으로 지문의 존재 이유에 접근하는 학설도 있습니다. 지문이 미끄럼방지보다는 '민감도' 때문에 생겨났다고 보는 일군의 학자들의 주장이 그것인데요.
그들은 지문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손과 발에 느껴지는 감각의 세기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진피에 위치해 감각을 느끼는 신경말단인 파시니 소체(pacinian corpuscle)의 민감도가 매끄러운 피부보다 지문을 가진 피부가 최대 100배 이상 높다고 하니, 영 틀린 말은 아니죠?
어쩌면 두 가지 이론이 모두 옳을지도 모릅니다. 미끄럼 방지와 민감도 모두를 이유로 지문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영장류가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우리의 손에 일평생 붙어다니는 지문은 임신 24주차면 거의 완성된다고 하는데요.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지문이 서로 다르다고 합니다./프리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