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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산책] 북어포를 뜯으며
[명시 산책] 북어포를 뜯으며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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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 민

 

한때 북대양 푸른 바다를 누비며 살았던

명태란 존재가 메마른 낙엽처럼

이리도 이리도 부박하다는 것을,

나는 여지껏 무얼 바라고

삶을 살아왔던가

슬픔의 등뼈를 모두 발라내고도

슬픔의 무늬는 아쉬운 서러움처럼 쪽빛 남해바다의

잔물결로 아른거리는듯

시간의 빗살무늬 토기가 갈라진 빈틈 사이로

남아 있음은 또 무슨 미련이런가

머언 미래의 내 모습같아

짐짓 미련조차 남기지 않으려 추억의 잔주름마저

껌처럼 질겅 질겅 씹고 또 씹으니

전쟁의 미생스런 삶의 짠물이 다시 젖어드는

빨래처럼 스멀 스멀 되살아난다

우주의 태초와 종결은 모두 점 하나를 과녁하는

목적이었나

아니면 나그네가 과정처럼 지나가는 초끈같은

오솔길의 매듭인가

프랙탈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 속에서

나선형의 삶이란 것도

결국은 고작, 마른 동네북의 명태로구나

의문에 의문을 거듭하며 삶의 진실을 많이 알아가면

갈수록

알쏭달쏭한 지혜처럼 정답은 없다는 것이

별들의 우주와 산과 강과 바다와 꽃의 자연과 그대와

나의 인생임을 어렴풋이 깨닫는다면,

그때는 추억을 곱씹던 이빨은 시간의 맷돌에 닳아 없어지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던 정신마저

허공으로 사라지고 여기서 피안의 저기로 환승하는

마지막 나룻배조차 뗏목을 불사르듯

잊을 수 있을까

퀭하니 허무의 공중을 풍경처럼 바라보는

마른 명태의 눈동자는 그저

북망산에 떨어지는 별똥별의 낙엽일 뿐이라고,

나도 마찬가지라고 여기며

나의 자의식에 마지막 점을 찍으며

태연자약히,

눈을 감을 수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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