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울울한 하늘과 나무 사이에서 세월의 흐름을 알게 해 준다.
짧은 가을, 나뭇잎이 다 지기도 전에 눈이 내렸다. 첫 눈이다. 가을을 만끽하기에 아직 이른, 이른 첫눈이다.
길고 긴 겨울 어느 해는 눈이 내리질 않아서 눈을 보려고 일부러 강원도로 간 적도 있었는데, 계절이란 참 알 수 없는 이이러니이다.
눈이 내리니 가을이 순간 사라져 버렸다. 창틈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어와 한기를 느끼게 한다. 작은 틈새도 허락하지 않는 바람, 순간 보이지도 않는 그 틈새라는 것이 안과 밖의 온도를 실감하게 한다.
햇빛과 바람과 어둠, 새소리, 천둥소리, 비 소리와 또 세상이 흔들리며 스쳐가는 모든 소리들까지 그 틈새에서 듣고 느낀다.
이제 나도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하나 보다.
그 보이지 않은 틈새로 바람처럼 스며드는 겨울을 견디기 위해…
빈 틈
작은 바람마저
흐린 빛살마저
고요처럼 드나드는
그 틈
언제든
아무 때든
자유롭게 드나드는
그 빈 틈
이유 없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빈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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