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 민
보름달처럼 둥그스리미 하아얀
접시 우를 덮은
알루미늉 은박지를 열치매
드러나니 열반이로다
제주도 앞바다 모슬포항 은갈치의 추억이
누렇게 변색되어 있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 마리 은갈치에서
여러 토막 난 갈치 몸덩어리들로
처지도, 이름도 바뀌는건
당연하다만
존재의 본질이 사라지는데
찌끄래기처럼 남겨지는 이름이 무에
그리 중요하더냐
먼 훗날 내 이름도 사라질 것을
내 확실히 예언하거니,
모두가 공허를 유랑하매
허망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너와 나
다를 바가 없구나
모래 우에 새겨진 네 이름을
이제는 적멸처럼 깡그리 지워주려마
하지만,
게으른 날 용서해다오
네 살점들만 발라먹고는
네 뼈와 가시만은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청새치의 뼈대처럼
네 주검을 추모하는 천도재로
슬픔의 그림자인양
번뇌의 담뱃재처럼 남겨 놓아야 하거늘
속세의 세세하게 번거론 만사가
지금은 다 구찮게 여겨지는지라
네 이름을 말미암게한 존재의 뿌리까지
통째로 씹어먹어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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