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전불감증 뒤에 보이는 에너지안보 불감증
[칼럼] 안전불감증 뒤에 보이는 에너지안보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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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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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허은녕/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KT 아현지사 건물화재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통신구 화재로 통신망이 마비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히 크며 여전히 나아지고 있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함께 국가사회 및 경제활동의 근간이 되는 주요 통신망의 관리에 기업이나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었음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술혁신에 따라 사회의 기간망이 가지는 역할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주요 사회기간망은 인류문명의 발달과 함께 꾸준히 변화해 왔다. 100여년 전이라면 그 기간망은 도로와 철도 등 운송망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에너지사용량이 늘면서 천연가스망과 전력망이, 전화의 혁신과 함께 전화망이, 그리고 최근에 정보통신망이 국토를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현재는 이들 모두가 국가 및 경제의 근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들도 우리의 KT 화재사고와 같은 망 관리 실패를 모두 겪었다. 그들은 도로망 시절부터 각각의 망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선진국가체계를 구축하였다면 우리는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도로, 철도, 항공, 가스, 전기, 전화, 통신, 인터넷 등 여러 기간망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 그나마 도로망 및 전기 등 에너지망은 건설초기부터 지금까지 중앙정부와 공기업이 기간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만 전화와 정보통신망은 공기업이었던 KT의 민영화 이후 민간기업이 주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사태의 해결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즉, 민간에 기간망인 정보통신망을 맡기는 부분에 대한 시장 실패의 우려가, 더 나아가 국가가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공기업화 논의까지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선진국들은 IoT, 빅데이터 등 안전관련 기술개발을 통하여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기술혁신으로 안전문제를 해결할 뿐 만 아니라 동시에 새로운 산업육성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한편 정보통신망은 안정된 전기 공급 없이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사실 도로망도 전기망의 문제가 발생하면 신호기의 오작동 및 철도의 운행중지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이 21세기에 들어오자마자 수립한 장기에너지계획에서 모두 다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협약 대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정책을 마련했다. OPEC의 석유에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장기정책들이었고, 환경문제와 안보문제를 구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도 동시에 국민이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공급옵션을 마련하는 것을 함께 추진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 계획을 수립한 지 15여년 만에 노력의 열매를 맛보고 있다.
그 반면 2012년의 단전사태, 2017, 2018년 여름의 폭염으로 비롯된 전기요금 논쟁은 우리 사회의 에너지안보 계획에 구멍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망의 경우는 정보통신망과 달리 서비스가 달랑 '전기' 하나 뿐인 것이 문제다. 전기망을 활용한 부가서비스는 전혀 없으며, 1980년대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 전기가 공급된 이후로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도 없다.

정보통신망에는 있는 다양한 요금제나 편리한 서비스 등은 그림의 떡이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스마트한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의 두 가지의 선택만이 가능하다. 4차산업혁명은 고사하고, 매년 여름과 겨울의 전력사용량 피크 때마다 전기가 모자라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 발행 2017년 에너지지속성지수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회원국 125개국 중 에너지안보 지수에서 64위, 환경지속성 지수에서 8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는 이유다.

국제적으로 70~80위권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여전히 에너지절약을 실천하지 않고 기술혁신을 하지 않으며 정부 역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정보통신망은 세계 순위가 어떨까 궁금하다.

정부의 문제해결 방안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독일 등 선진국들이 경험한 실패와 해결의 과정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기업은 국민이 스마트하게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요금제를 개발하고, 대학과 연구원이 첨단 기술을 개발하며, 정부가 이를 묵묵히 지원하는 선진국의 성공담은 이제 선진국 문턱 앞에 온 우리나라가 팔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할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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