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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산책] 나의 삶은 고구마
[명시 산책] 나의 삶은 고구마
  • 프리덤뉴스
  • 승인 2018.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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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 민

 

지금까지 내 살아온 삶은,
삶은 고구마다

본래의 어머니 땅에서
캐어져 삶아진게라 더 이상 물으면 물을수록
아프기만한 과거,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과거는
과거일 뿐

더 이상 캐 묻지는
말지어다

삶이란 그저 삶은 것이라
스스로 캐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맹목적인 두더지가 어디 눈 뜨고서
굴을 판다더냐?

어차피 눈을 떠도 어두운 세상만사
눈멀어도 뒷발로 굴을 판다

이미 험한 바깥 세상에 던져져 한때
뜨겁게 삶아진 고구마로서

희노애락이 왜 없었겠냐마는

점점 몸도 마음도 식어가는 삶도 실존의 삶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삶이라

하얀 접시의 치거운 세상에 가로놓여서
무슨 열락을 꿈꾸는가?

그렇다고 치욕처럼 차갑운 삶을
절대로 절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련가?

아니면 가마솥에 삶아지던 옛 영광의
추억을 되새김질해 되살리면서

어디 언제 한번
전자레인지 초음파에 온 몸과 마음을
지지게 쬐여

넋이라도 있고 없고 간에,
다시금 치열하게 장엄히 화엄처럼
열반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식은 몸과 마음으로
어영부영 숨죽이고 있다가
어둠의 비웃음 속에 씹혀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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