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 문재인 정권 홍보물로 전락한 역사 교과서
[時論] 문재인 정권 홍보물로 전락한 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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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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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교과서에 화보처럼 실린 것은 사상 초유
김기수ㅣ변호사
김기수ㅣ변호사

개인이 국민이 되는 것에 기꺼이 동의하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국사교육이다. 만약 국사교육이 불균등하며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거나 집권세력의 정치 홍보로 오염됐다면 그런 국사교육을 받은 국민 간에는 반드시 분열과 이합집산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분열된 국민의 틈을 비집고 분열을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독재자가 등장할 것이며, 그 독재자는 마침내 국가를 파탄 내고 말 것이다.

최근 정부가 2020학년도 중등 검정제 국사 교과서 전시본을 전국 학교에 배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 제2호로 국정교과서를 폐기했고, 그 전에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국정교과서를 친일 미화 교과서,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비판했다.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명분으로 한 국정교과서 반대 취지에 따라 교과서 집필기준은 대폭 완화됐고, 그에 따라 집필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했으리란 추론이 가능하다.

2015년 국정교과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야당 대표이던 문 대통령은 국정교과서의 집필진 공개를 요구하면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집필진이 부실하거나 편향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 검정교과서 집필진에 대해선 대통령을 비롯해 그 누구도 일언반구가 없다. 전시본 국사 교과서는 종전에 1 대 1이던 전근대사와 현대사의 비율을 1 대 3으로 근현대사 비중을 월등히 높인 다음 촛불시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실었다. 국사 교과서가 국정 홍보물로 전락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사진을 국사 교과서에 싣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잘 알 것이다. 문 정부는 집권 전에 국정교과서를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그런데 집권 후에는 북한 미화, 정권 찬양 교과서를 선보인다. 초·중등교육법은 헌법상 원칙인 교육 법정주의에 따라 각급 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교과용 도서만큼은 광범위한 재량권을 대통령에게 주고 있다. 교과용 도서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선 정치적 의사결정 기구인 국회가 관여하지 않아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더 잘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국사 교과서 발행에 대해 정치권이나 국회는 절대 관여할 수 없다는 초·중등교육법이 설정해둔 금선(禁線)을 문 대통령과 현 집권 여당은 야당 시절부터 어겨 온 것이다. 이들이 국정교과서를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낙인찍고,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다.

지금은 중등 국사 교과서 전시본 배포 후 그 내용 중 빙산의 일각이라도 알려진 상태지만, 내년에 정식으로 각급 학교에 배포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일 것이다. 최근 서울 인헌고 사태에서 보듯이 교사의 학생에 대한 ‘사상 주입’에 반발하는 학생이 늘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내년에 국사 교과서가 배포되면 교사에 의한 ‘사상 주입’이 아니라, 교과서에 의한 ‘체계적인 사상 주입’이 시작될 것이다. 이에 대한 학생들이나 학부모의 저항은 낌새조차 없이 사그라질 것이다.

교육이 개인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면, 국사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모름지기, 국민 통합 기능을 해야 할 국사 교육이 미래 세대의 주역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사상 주입을 통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이웃 나라와 갈등을 초래하게 한다면 국가의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국사 교과서가 정치에 오염됐다면, 헌법이 국민 모르게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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