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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진실을 찾아서(2)] 김복동의 ‘14세 소녀 시 끌려가는 날’은 누가 그렸을까?
[위안부 진실을 찾아서(2)] 김복동의 ‘14세 소녀 시 끌려가는 날’은 누가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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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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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이나 본인 증언에 비추어볼 때 김복동의 그림이라 하기 어려워

201987일 국회의원회관 제3로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 사진 전시회'가 개최됐다. 해당 전시회는 일본 정부가 74일부터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의 수출 규제를 시행한 데 따른 대응책의 일환이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경제침략이라고 규정한 것 자체가 사실 관계를 왜곡한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대응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기껏 위안부 사진 전시회라는 치졸하기 짝이 없는 감정 풀이였다.

전시된 위안부들의 사진 속에는 김복동의 ‘14세 소녀시 끌려가는 날이라는 그림도 판넬로 제작되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그림은 여러 위안부들이 남긴 그림 중에서도 메시지가 선명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일본의 만행에 치를 떨게 하는 수작에 속한다. 얼핏 보기에는 어수룩해 보이나 결코 초보자의 붓질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경지의 그림이다.

문제는 이 그림이 김씨가 그린 여타의 작품과 비교할 때 작품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 그가 생전에 남긴 증언과 명백하게 차이가 있어 과연 김씨가 직접 그린 그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김복동의 '14세 소녀시 끌려가는 날' (출처:위안부 역사관)
김복동의 '14세 소녀시 끌려가는 날' (출처:위안부 역사관)

 

확인 가능한 김씨의 그림은 1997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그려졌으며 끌려가는 날1998124, 그러니까 시기적으로 다른 그림의 중간쯤에 있다. 그런데 앞뒤 시기의 그림과 비교해 볼 때 끌려가는 날만이 유독 구성이나 표현력이 돋보인다. 그림이나 음악처럼 예술 분야는 일정한 흐름이 있어서 갑자기 돌출적인 작품이나 연주가 나오기 어렵다. 그것도 초보자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김씨의 끌려가는 날은 상당히 돌출적이면서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김복동의 그림
김복동의 그림

 

그런데 이러한 작품성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림 내용에 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배경이 제주도의 관광 명소인 성산일출봉과 유채밭임을 알 수 있다. 그림대로라면 김복동씨는 제주도에서 착검을 한 총을 멘 두 명의 일본 군인에게 끌려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증언 어디에도 제주도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김씨는 경남 양산에서 끌려가 부산을 거쳐 시모노세키, 대만, 광동, 홍콩, 싱가폴, 인도네시아 자바, 수마트라 등 동남아 일대를 다녔다. 때문에 이 그림의 배경은 김씨의 증언과 명백하게 어긋난다.

다음으로 김씨를 끌고 간 사람에 대해 윤미향씨는 지난 311일 수요집회에서 일본 군복을 입은 군속이라고 했는가 하면 자신이 쓴 책 <25년간의 수요일>에서 일본군이라 하기도 하고 경찰이라 하기도 했다. 김씨를 끌고 간 사람을 두고 군속, 경찰, 일본군으로 오락가락 한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윤씨의 말은 어느 것도 맞는 것이 없다.

김씨는 자신을 끌고 간 사람에 대해 계급장이 없는 누런 옷을 입은 일본인이 와서 어머니에게 딸을 정신대로 데려가야 하니 도장을 찍으라고 협박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씨의 증언 어디에도 군인이나 경찰이 등장하지 않는다. 김씨는 이어지는 증언에서 결국 그렇게 해서 나는 끌려가게 되었다. 그 일본 사람은 나를 버스에 태워 부산까지 데려갔다.”고 초기 연행 인물을 누런 옷을 입을 일본인으로 지목했다. 그런가하면 부산서 배를 탈 때부터 나를 데려갔던 일본 사람과 부산에서 우리를 지킨 조선인 남자가 우리를 인솔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부터 같이 간 일본 사람과 조선 사람이 계속 우리를 데리고 다녔다.”고 하여 해당 일본인은 부산을 떠나 동남아 지역까지 계속 자신들을 인솔했다고 증언한다.

이러한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를 끌고 간 사람은 정신대를 빙자하여 공무(公務)를 사칭한 인신매매 사기범, 또는 포주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군인이나 경찰이었다면 소속 부대를 떠나 1940년부터 해방 때까지 여인들을 데리고 다니며 위안소 영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김복동씨의 그림 ‘14세 소녀 시 끌려가는 날은 그의 여타 그림과 비교할 때 매우 돌출적으로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점과 제주도 성산일출봉이라는 배경과 착검을 한 총을 멘 두 명의 일본 군인이 끌고 갔다는 내용에 따르면 김복동씨가 직접 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과연 누가 그린 것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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