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체계는 구속력이 동반되고 결과에 대한 보상과 징벌이 있어야 생명력을 가진다.
개미세계의 집단행동에는 지휘관이나 명령체계가 없다
고교연합은 오직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구속력뿐이고 지휘관도 없고 보상도 없고 오직 정신적인 물질적인 희생만 요구하는 조직체
[한가 시리즈-25] 고교연합의 어제와 내일 (1)
수년 전에 “개미와 징키스간과 ‘고교연합’ ”이란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징키스간은 세계인이 존경하는 위인이고 개미란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으며 ‘고교연합’이란 시민단체의 하나인 조직체이다. 과연 이 3자간의 특색이 무엇이며 공통점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개미가 고교연합 탄생의 모체였고 징키스간은 고교연합의 롤 모델이었다. 대학 시절 우연히 잔디밭에 누워서 처음으로 개미의 세계와 접하게 되었다. 잔디밭이 큰 개미와 실 개미의 전투장이었다. 잔디 풀 꼭대기에는 큰 개미 한 마리가 매달려 있고 그 밑에는 크기가 비교도 안 되는 실 개미들이 여럿이 못 내려오게 공격을 하고 있는가 하면 바닥에는 실 개미들의 시체가 산처럼 수북하게 쌓여있다. 비슷한 광경이 풀 끝마다 큰 개미들이 매달린 것은 마찬가지다. 실 개미들의 인해전술에 큰 개미들이 패하고 만 것이다. 도대체 인간도 군에서 군사교육을 받아야 집단행동도 전투도 가능한데 2~3mm 크기의 미물인 개미들을 누가 교육시켰으며 이 작전을 누가 지휘하며 지능적 의사소통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 뒤 40대에 지은 집 앞 마당잔디밭에서 개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개미세계의 집단행동에는 지휘관이나 명령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과 자발적인 참여 정신뿐!!! 고교연합도 마찬가지 아닌가? 명령체계는 구속력이 동반되고 결과에 대한 보상과 징벌이 있어야 생명력을 가진다. 그러나 고교연합은 오직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구속력뿐이고 지휘관도 없고 보상도 없고 오직 정신적인 물질적인 희생만 요구하는 조직체이고 또한 이를 사명감으로 인식하는 태생적 DNA를 공유하는 자들의 모임일 뿐이다. 그래서 개미가 고교연합 탄생의 모체인 것이다. 징기즈칸과 고교연합은? 몽골군은 2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로마군이 400년 동안 정복한 것보다 많은 땅과 사람을 정복했다. 그러나 징키스칸 당시는 유목 부락 단위로 우리 같으면 이동하는 집성촌인 셈이었다. 징키스칸이 세계를 정복 할 당시 농경사회 봉건 군주 국가와 달리 몽고는 유목 부락 단위로 중앙 정부체제도 없었고 정부군 조직도 없었다. 오합지졸의 몽고군이 어떻게 세계 강국들을 정복할 수가 있었는가? 징키스칸이 각 부족들을 정복할 때까지는 치열한 전투로 정복을 하였지만, 중앙정부 형태를 취하지 않고 각 부족의 자치권을 인정하여 일종의 연방정부 형태를 취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의 지휘통솔 체제는 상의하달하는 명령체계가 아니고 전체 부족장 회의에서 그의 정책을 개진하면 각 부족장들이 돌아가 자체 부족회의에 전달 토의케 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민주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고교연합의 경우에도 조직적인 측면에서 중앙집권 체제가 아니고 300여 개 각 학교 단위 조직의 연합체 형태로 몽골의 부족단위 조직과 유사한 조직이다. 고교연합 깃발은 앞서 나가지만 상징적인 것이고 각 학교 깃발 아래 각기 모여 행진하는 조직이다. 각 학교 대표가 군사를 통솔하는 부족장인 셈이다. 각 학교 대표의 leadership총화가 고교연합의 leadership일 뿐이다. 징기스칸은 영기(令旗) 술데를 들고 전쟁을 지휘했으나 이는 영혼(靈魂)을 간직한 상징적인 영기(靈旗)였고 고교연합의 술데 또한 고교연합 깃발이다. 고교연합 깃발과 함께 행진하는 각 학교의 깃발이야 말로 진정한 지휘력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따라서 회장을 위시한 집행부의 결정은 상의하달하는 명령체계가 아니고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으로 강제성이 없이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참여를 호소하는 것으로 징기스칸의 지휘 통솔체계가 바로 고교연합의 롤 모델(Role-Model)인 것이다. 지난 세월의 고교연합은 다른 어느 시민단체와 달리 수많은 학교들이 모였으나 고교연합 특유의 자발적인 참여 정신으로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 조달로 운영되었고 개미들처럼 몽고 군대처럼 일사 불란하게(한 두 번의 일탈은 있었으나 뭉친 것은 우리의 자랑이고 또 길이 이어갈 전통이 될 것이다. 최근에 제3기 고교연합 회장을 위시한 집행부의 출범에 관해 여러분의 고민이 많은 것 같은데 차기 집행부도 위와 같은 자발적인 참여 정신을 이어간다면 더욱더 발전하는 고교연합의 마래가 기약될 것이다. 고교연합이야 말로 리더 없는 리더십, 각 학교 대표의 리더십의 총화가 진정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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