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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제 時論]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4
[정광제 時論]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4
  • 프리덤뉴스
  • 승인 202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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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반공교육은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공부할 수 없게 만들어

반공교육이란 독재정부가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심리적인 반감이 지식인들 사이에서 생겨

반공교육을 잘못한 정부의 책임도 커

현대사연구에 대한 움직임은 정부에 의해 차단되는데, 그 틈새를 메운 것이 재야와 운동권

소련에서조차 폐기 처분된 책 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운동권들의 교재로

북한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역사를 보는 시각이 운동권 교육의 밑바탕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4

정광제(이승만학당 이사)

 

박정희정부가 추구한 반공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 당시 반공교육은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공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가 공산주의를 반대한 이유는 그만큼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체제였기 때문인데, 6․25전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안보를 잘한 덕분에 공산주의의 위협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군사정부는 언론, 지적 자유 등을 상당부분 탄압하였고, 따라서 반공교육이란 독재정부가 자신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심리적인 반감이 지식인들 사이에서 생겼다.
또한 리영희, 박현채와 같은 좌익 학자들은 완전히 반체제적인 시각에서, 공산주의 진영의 기준으로 볼 때도 아주 낙후한 1930-40년대 마르크스주의의 논리에 입각해서 쓴 저서라든지, 중국의 문화혁명과 스탈린주의 자체까지도 미화하는 듯한 책들을 냈는데 그것들이 굉장히 신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런 점에서 반공교육을 잘못한 정부의 책임도 굉장히 크다.

그리고 세계사를 알 수 없게끔, 모든 것을 한국 중심으로 ‘한국적 민주주의’, ‘국풍’ 등을 운운하면서 시야를 좁혔버렸다.
공산주의를 알고 반대하는 것과, 모른 채 반대하는 것은 다르다. 우익이 좌익과의 논쟁에서 번번히 패하는 것은 좌익의 뇌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70년대 말 8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50대들에게 강만길 교수의 [분단시대의 역사인식]은 큰 영향을 미친 책 중의 하나이다.
분단체제론 또는 분단사관이라는 것이 이 책에서 나왔는데, 이 사관에 따라 한국현대사를 보면 1948년에 수립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체제는 극복돼야 할 대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 이후의 한국현대사 연구가 그러한 방향으로 흘렀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아쉬운 점 중에 하나는 1980년에 차하순, 최정호 교수 등이 한국현대사가 지금 전혀 연구되지 않고 교육이 안 되니 이것을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로 [계간 현대사]라는 학술지를 간행했다.
그 창간호는 6․25전쟁에 관해 당시로서는 선진적인 논의를 모아놨지만, 불행히도 현대사를 연구한다고 해서 전두환 정부에 의해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어 폐간됐다.
즉 국사학계에서 현대사는 역사연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연구나 교육을 안 하고, 현대사연구에 대한 움직임은 정부에 의해 차단되는데, 그 틈새를 메운 것이 재야와 운동권이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나 리영희의 저작들은 정통 역사학자들이 아닌 재야학자들과 운동권에 의해서 주장됐고, 이 주장들이 분단체제론과 맞물리게 된다. 여기에 감화를 받은 50대가 이제 교수가 되면서 완전히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본다.
이제까지 좌파 역사관이 통일지상주의적 민족주의사관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마르크스사관에 물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얼마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권희영 교수는 좌파의 인식 틀이 구체적으로 박헌영의 해방정국 인식 틀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고 이런 권교수의 주장은 한사련에 이미 소개된 바 있다.
대개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시카고대학 커밍스(B. Cumings) 교수의 의견이 좌파 현대사 인식의 중요 원천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권교수의 주장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박헌영이라고 하는 개인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운동권 교재의 상당 부분이 냉전시대 소련과 북한에서 나온 출판물들을 축약한 것이고, 거기에는 당연히 반미, 반대한민국의 시각이 깔려 있다.

그러한 교재들이 학위논문주제 선정 등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스탈린 사망 이후 스탈린 비판운동이 일면서 구(舊)소련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스탈린의 지시에 따른 역사 왜곡과 날조가 지나치다 해서 상당히 많은 책들을 1959년에 폐기 처분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1938년에 나온 스탈린의 [소련공산당 약사] 라는 짤막한 책이 있는데, 소련에서조차 너무 왜곡됐다고 폐기 처분된 책이지만 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는 운동권들의 교재로 쓰이고 있었다.
북한에서 나온 [조선통사 (1958년)] [현대조선역사 (1983년)] 도 굉장히 많이 읽혔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시각에서 역사를 보는 게 아니라 북한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역사를 보는 시각이 운동권 교육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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