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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제 시론]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5
[정광제 시론]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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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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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5

정광제(이승만학당 이사)

 

 

남로당의 부활

해방 직후 남로당 박헌영이 발표한 ‘8월 테제’라는 글이 있다.

박헌영이 무엇을 보고 썼는지 잘 알 수가 없지만,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일본 공산주의 강좌파의 현실인식, 코민테른의 국제주의적 민족노선, 그리고 모택동의 신민주주의론의 영향이 중첩되어 있다.

잠시 소개하면 이렇다.

“조선은 아직 전근대적인 식민지 반半봉건사회이고 봉건적인 지주와 反민족적 매판 자본가들이 제국주의와 결합하여 민중을 억압하고 수탈하고 있다.

공산주의들의 당면한 과제는 부르주아민주주의 또는 인민민주주의 혁명이다”

남로당 박헌영의 8월 테제를 아래처럼 바꿔놓으면 작금의 북한과 남한 좌익의 주장과 차별이 없다.

조선을 남한으로 인민을 민중으로 바꿔서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다. 

“남한은 아직 전근대적인 식민지 반半봉건사회이고 봉건적인 지주와 반反민족적 매판 자본가들이 제국주의와 결합하여 민중을 억압하고 수탈하고 있다.

공산주의들의 당면한 과제는 부르주아민주주의 또는 민중민주주의 혁명이다”

이 같은 주장은 박헌영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고, 당시 아시아의 공산주의자들이 공유했던 공통의 역사인식이다.

오늘날 한국의 좌익들이 조선공산당의 박헌영과 인적 계보를 갖는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지적 계보에 있어서는 상당한 연속성, 계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의 좌익들이 정립하고 있는 해방 당시의 역사인식과 박헌영의 ‘8월 테제’와는 그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 오늘날 한국의 좌파세력은 1960년대 이후 대학가에서 자생한 마르크시스트, 사회주의자, 모택동주의자들이다.

그러한 지식세력이 1980년대가 되어 [해방전후사의 인식] 으로 대표되는 분단체제론의 역사학으로 결집하고 현재 역사학계의 주류를 점하였는데, 실은 역사학계만도 아니다. 여타 문학, 정치학, 사회학 등도 그러한 좌파적 역사인식에 포섭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좌익은 "박헌영의 부활"로 봐도 무방하다.

현재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좌파 성향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정치, 사회, 윤리 등 사회과 교과서 전체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관한 장이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강만길의 분단체제론의 역사인식 그대로이다.

어느 사회과 교과서 하나도 1948년에 있었던 대한민국의 건국 사건과 그 역사적 의의에 관해 평가하고 있지 않다.

결국 문제의 소재는 좌파들의 역사인식라고만 할 수 없고, 그것을 부지불식간에 수용하는 한국의 인문·사회과학 전반의 모순과 병폐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 현대 한국의 지성 수준의 빈곤함, 협애함, 편파성이 결국 이러한 난국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과거 민주화 투쟁을 한다고 학생들이 공부는 안 하고 데모만 했던 기간이 적어도 15년(70년대 중반 ~ 90년대 초반)은 된다. 엄청난 지적 결손과 공백이 발생한 것이고, 그 때문에 대학에서 명료한 판단력을 가진 지식인층이 육성될 여지가 없었다.

감정적으로 솔깃하게 들리면 그게 선전․선동인지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영속화시키는 그런 풍토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가 한참 되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미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80년대, 특히 광주사태 이후에 운동권들의 논조에 굉장한 변화가 왔다. 예를 들면 1980년 전까지는 반미, 반이승만 같은 구호는 나오지 않았다.

저류로 조금 깔려 있긴 했었지만 밖으로는 표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서는 미국의 도움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었는데, 이것이 80년 이후에 달라졌다.

그러면서 전략이 조금씩 변했다.

처음부터 박헌영 사관이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민중, 통일을 내세우면서 차츰 대한민국의 기본을 허물려고 하는 쪽으로 흘러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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