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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제 시론]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7
[정광제 시론]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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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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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영에 대한 비판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간첩 박헌영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라는 강철서신 1호

PD계열이 더 정교한 이론과 논리였지만 NL 계열에 참패

북로당 계열이 승리

통일지상주의가 사회에 팽배하게 되면서 역사청산이라는 것이 일어났다. 

이미 일어난 일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차원의 청산은 말이 안 된다.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7

정광제(이승만학당 이사) 

 

좌익의 역사인식에는 박헌영은 물론, 냉전 시기 소련과 북한의 출판물, 그 밖에 당시 아시아 공산주의 일반의 입장이 반영되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NL(민족해방)이니 PD(민중 민주)니 하는 논리들은 한국 현실에 비추어 너무나도 설득력이 없는 일종의 주술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런 주술적 언어가 사회 일부에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

문제는 좌파가 내놓은 가치들, 예를 들어 민중, 통일, 민족, 민주, 자주 이런 가치들은 일단 국민국가 체제와 인권 개념을 배경으로 작동하는 시대적 상황에서는 적어도 어느정도 명분상 보편성을 띤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 이런 가치들은 이른바 보수정권 아래서 억압되고 통제되었던 면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을 깊게 천착하면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지만, 이런 가치들은 파란만장한 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특정 상황과 발전단계에 따라 완급조절이 되며 잠적과 출현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그래서 감성에 호소하면 먹히는 게 많았다. 

80년대 운동권이 이론 담론 투쟁을 할 때를 보면 사실 PD계열이 더 정교한 이론과 논리였지만 NL 계열에 참패했다. 

승리한 NL 계열 중에서도 조금 더 이론적으로 괜찮은 비(非) 주사파가 주사파에게 참패하고, 가장 감성적인 NL 주사파가 승리를 거두게 된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에 재미있는 사건 하나가 있었다.

그 것은 대한민국에 있는 일부 좌익 인사들이 김일성의 북로당 노선을 따르며 박헌영을 진짜 미국의 간첩이라고 주장했던 일이다.

그런 주장에 대해 박헌영에 동정적인 좌익 이론가 일부에서는 왜 박헌영을 비판하느냐면서 자기들끼리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것은 북로당과 남로당의 싸움이고 김일성과 박헌영의 싸움인데, 그것이 이상하게도 몇 십 년 후 재연된 것이다.

게다가 이곳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이러한 박헌영에 대한 비판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간첩 박헌영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라는 강철서신 1호다.

어떻게 보면 북로당 계열이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한민국 땅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했다는 특징이 있다.

북한 주도의 통일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왔다고 판단한 것인지 한국 좌익 또는 반(反) 대한민국 진지 내에서는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남로당파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게 감지되고 있다. 

뉴데일리 박성현 대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박헌영의 잔재들, 박헌영의 영혼이 살아나고 있다” 고 표현하고 있다. 

박헌영 비판이 NL 주사파의 핵심 테제였는데 그게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좌익의 갈래 싸움이라든가 논리의 허구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사실 그런 점에서는 우익도 마찬가지다. 

우익은 지적 기반이 취약하다보니, 논쟁다운 논쟁이 아닌 그야말로 감정에 호소하는 패거리 정치의 연장으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우익의 혼란 와중에 반(反)대한민국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 특히 반(反)이승만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청산이란 명분으로 역사교과서 집필에 대거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DJ와 노무현으로 정권이 교체되고 통일지상주의가 사회에 팽배하게 되면서 역사청산이라는 것이 일어났다. 

그런데 엄격하게 말해서 역사청산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과거를 극복하는 것이지 누가 재단해서 역사를 청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억울한 일을 당했던 사람들을 추려내서 보상을 해주고 명예도 회복해서 국민적인 통합을 한다든지 하는 수준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이미 일어난 일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차원의 청산은 말이 안 된다.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역사에서 지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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