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明時待 마중물] 책임지드래요!
[光明時待 마중물] 책임지드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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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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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 헤엄치고 간 모도 자라서 벼가 돼?” 하고 묻지 뭔가?

아니라고 답하면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다칠 것 같았다.

“되긴 뭐가 돼? 니가 물에 떠내려 보낸 순간 걔들은 다 죽었어.”라고 했다가는 아이는 실망을 하고 죄책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 트라우마로 남게 될 것만 같았다.

“응. 자유롭게 어딘가로 가서 뿌리 내리고 잘 커서 벼가 되겠지? 그리고 씨앗을 퍼뜨리고. 그러면 오늘 니가 모를 구해준 거네? 우와~ 예수님은 구세주, 우리 똘이는 구모주다! 최고다!” 그래 줬다.

아이는 드디어 울음을 그치고 꼬질한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책임지드래요!

 

내가 시골의 삶에 무료함을 느꼈을 무렵 아이도 그랬나 보다.

어느 날 낯 모르는 어르신 몇 분이 화가 머리 꼭대기를 뚫고 활화산처럼 뿜어내는 노기가 등등하여 나를 불러대셨다.

 

집에 있소? 있으마 퍼뜩 나와보소!”

? 누구세요? 왜 그러시는데요?”

집이 아가 말짓을 했드래요. 아가 유별나데-. 우째 넘에 모판을 봇도랑으다 마캉 엎어뿌냐 말이오!”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애가 모판을 엎다니요?”

아이! 그랬드래요! 가서 보드래요! 책임지드래요!”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닌데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닌가요? 서울서 전학을 와서 모판이 뭔 줄도 모르는 애인데요.”

아이 그라이께네 가서 보라고 안 하요! 집이 아-하고 딴 아-하고 둘이 그랬드래요.”

 

그럴 리가 없다, 그랬다, 옥신각신하며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입이 절로 딱 벌어지게 했다.

눈앞이 하얘지며 사람과 논이 아득히 멀어지는 느낌과 함께 그 자리에 펄썩 주저앉아버렸다.

봇도랑에는 엎어진 모판에서 빠져나온 모가 줄줄이 도랑물을 타고 퍼렇게 끝도 안 보이게 흘러가고 있었고, 물 댄 논 가장자리에 모내기를 위해 줄지어 섰던 모판들은 꾀벗은 알강생이가 되어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논두렁에는 범인 둘이 어른들에게 잡혀서 현장검증 중이었다.

그중 한 녀석이 내 아이였다.

갤러리 MOON 소장 조각품

 

이게 어찌된 일이래요?”

하얗게 질린 내가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사람들이 제각각 화난 목소리를 내는데 들리지도 않았다.

1년 농사를 망쳤으니 오죽 화가 났겠냐 말이다. 입이 천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공범의 엄마, ‘성님이었다. 성님은 힐끔힐끔 곁눈질로 사람들을 훔치면서 내 곁에 쭈그리고 앉아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똘이 엄마야, 이 일을 우짜나? 우리 만해가 마이 대꿎어도 여태 이런 일은 없었는데...... .

물어보이 지가 그라자 했다 하구마. 단짝이 생기고 보이 장난질이 수위가 올라가뿠다. 이거 큰일이다.”

우리가 이사가기 전에 동네 막둥이였던 그 아이가 그동안 많이 심심했던지 단짝이 생기니 폭주했던 모양이다.

어휴! 저 꼬맹이를 그냥! 아니, 시골애들은 다 저렇게 짖궂나? 아무도 없으면 콱 꿀밤이라도 앵기고 싶네!’

 

성님은 모판 주인들과 합의를 봤다.

모판 값을 물어줄까 새 모판을 사다 줄까 하니, 웬 욕심 많은 자가 아예 모를 심어놓으라고 해서 한바탕 언성을 높여 싸운 뒤에 결국 그 자리에 고대로 모판을 새로 갖다 놓으마고 약속을 하고 일단락되었다.

모판 값은 나와 반반 부담하기로 했다.

두 집은 당분간 두 아이를 격리하고 감시하기로 했다. 또 무슨 사고를 칠지 위태위태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란!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이는 징징 울었다.

그렇게 될 줄 몰랐고 그렇게 하면 재미있을 거라고 만해가 말해서 해보니까 정말 재미있더라고 했다.

어떻게 했는데?” 화를 꾹 눌러 참으며 물었더니

? 아주 쉬워. 그냥 이렇게 하면 돼.”

징징 울면서 대답은 천연덕스럽게, 작은 팔로 아래위로 휘저으며 손가락을 까딱까닥한다.

집게손가락으로 모판을 아래에서 위로 톡- 가볍게 치기만 했단다.

삐딱하게 봇도랑에 기대있던 모판은 가벼운 충격에 그대로 엎어졌고 봇도랑에 모가 떠서 물살에 흔들리며 흘러가는 모습이 하늘에서 헤엄치는 초록색 구름이랑 초록색 물고기처럼 예뻤단다.

아이들은 모를 구해준다는 나름의 이유를 만든 후 근처의 모든 모판을 그렇게 집게손가락 하나로 뒤집어버렸단다.

논에 심기면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데 물 따라 흘러가서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하면서. 초록색 구름과 초록색 물고기는 또 뭐란 말인가? 물을 하늘로, 모를 구름과 물고기로 상상한 아이다운 생각이었다.

아이들은 벌써 억압과 자유를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던 거다.

어른들이 얼마나 얼렀는지 애는 반쯤 얼이 빠져 있었다.

그래서 꼭 안아주면서 모값을 갚아주면 되니까 이제 괜찮다고 했다.

양 볼에 눈물 자국이 꾀죄죄하게 길을 낸 얼굴로 흐느끼며 아이가 올려다보더니 엄마아-. 돈 있어?” 묻는다.

있어.” 했더니 다시

엄마아-. 헤엄치고 간 모도 자라서 벼가 돼?” 하고 묻지 뭔가?

아니라고 답하면 순수한 아이의 마음이 다칠 것 같았다.

되긴 뭐가 돼? 니가 물에 떠내려 보낸 순간 걔들은 다 죽었어.”라고 했다가는 아이는 실망을 하고 죄책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 트라우마로 남게 될 것만 같았다.

. 자유롭게 어딘가로 가서 뿌리 내리고 잘 커서 벼가 되겠지? 그리고 씨앗을 퍼뜨리고. 그러면 오늘 니가 모를 구해준 거네? 우와~ 예수님은 구세주, 우리 똘이는 구모주다! 최고다!” 그래 줬다.

아이는 드디어 울음을 그치고 꼬질한 얼굴로 배시시 웃었다.

물은 하늘, 모는 초록색 구름과 초록색 물고기라는 상상을 하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에 가슴에 벅찬 행복이 번졌다.

비록 경제 사정으로 봐서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의 거액의 모판 값을 갚아주게 되었지만, 아이의 초롱한 눈망울에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그날 그 봇도랑에 떠내려간 모들처럼 수십 년이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때때로 그 날의 일이 떠오르면 노기등등하던 모판 주인들의 눈매와 꼬질한 얼굴에 눈물이 그렁한 채 배시시 웃던 아이의 초롱한 눈매가 함께 기억되곤 했다.

세파에 찌든 내 눈매 역시 아마도 때로는 그날 모판 주인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시리게 차가운 얼음칼 같던 눈빛.

1년 농사를 망칠 수도 있는 위기의 순간에 어쩔 수 없이 드러나던 그 눈빛을 요즘은 너무도 쉽게 본다.

살기가 그만큼 고통스러워진 시대, 발전했지만 퇴보한 시대, 편리하지만 허전한 시대,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권리주장의 시대다.

위태로운 시간의 흔들다리를 지금 우리는 건너가고 있다.

 

光明時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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