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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논설] 깨진 유리 조각 박힌 담장
[프리덤 논설] 깨진 유리 조각 박힌 담장
  • 프리덤뉴스
  • 승인 20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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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 조각 박힌 담장>

박선경 논설위원

 

어렸을 때 흔하게 본 풍경 중 하나는, 유리를 박아 넣은 담장이었다.

주로 깨진 소주병, 도자기, 우유병 등이었다. 밤색 맥주병 조각, 항아리 조각도 있었다.

도둑이 많은 시절이라 담 벼락을 넘지 못하게 담장 맨 위에 시멘트로 덮은 후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심은 것이다.

그래도 어떤 도둑은 두꺼운 담요나 옷가지를 이용해 담을 넘어와 물건을 가져가곤 했다.

우리 집은 유리 조각을 담장에 박아 넣지 않았다.

도둑이 담을 넘어 어머니의 비싼 버버리 코트와 스카프, 제일모직으로 맞춘 아버지 양복을 훔쳐간 후에도 어머니는 담 벼락에 유리 조각을 박거나 철조망을 달아두지 않았다.

이웃 아주머니가 어린 자녀가 많은 집이라 자칫 다칠까봐 그러냐 물었는데 어머니는 그저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로 ‘도둑도 먹고 살아야죠...’ 하셨다.

동네마다 들끓었던 도둑, 노상강도, 양아치들은 전두환이 정권 잡으면서 많이 사라졌다.

삼청교육대로 끌려갔다.

간혹 운이 나빠 잘못 잡혀간 억울한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나쁜 짓 일삼던 사람들이다.

미관상 보기 흉했던 담장이 사라진 시기도 이쯤이었다.

징집 대상자는 불량배, 양아치, 깡패, 조직폭력단체나 두목, 반정부 및 불온선동자들이다.

여기에 매춘업자, 포주 등도 포함됐고 5.18 유언비어 유포자들도 포함되었다.

삼청교육대는 '국가가 주도한 최악의 불법 인권유린 노동소'라 비난 받았다.

전두환에 이어 노태우는 국정감사권을 부활시키고 헌정사상 최초로 권력형 비리 조사하며, 1990년에는 범죄와 전쟁을 선포했다. 조직폭력배 소탕하느라 경찰 병력을 늘였다.

정권이 바뀌면, 우파 대통령들은 감옥신세를 졌다.

돈 비리와 연관해서 잡아 넣는다.

감옥에 간 역대 정권 중 박근혜만 1원 한 푼 챙기지 않았다.

악랄한 문재인 정권에서 탈탈 털은 결과다.

예술인 지원금 가로채 타 먹을 자녀도 없고, 해외에 요트 사러 갈 배우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과 경제공동체란 죄목으로 30년을 구형했다.

탄핵을 후회하지 않는다 했던 유승민은 그 주제에 윤석열을 향해 ‘박근혜 30년 구형이 과하지 않냐’고 따졌다.

언론에, 좌익에, 배신자들에게 선동당한 국민은 어찌 돌아간 형편인지 알게 됐어도 여전히 박근혜‘무능카드’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박정희는 빨갱이에겐 몽둥이가 약이라 했고, 전두환은 사회 불온세력들을 때려눕혔고, 노태우는 범죄와 전쟁을 선포했다.

문재인은 가족, 지인, 의리 공동체에게 불법, 부정, 부조리의 안전망이다.

청렴을 생명으로 여겨야 할 일부 법조인들이 뇌물수수, 청탁, 봐주기 식 판결로 사법질서를 훼손하는 현실을 보니, 1988년 10월 16일 인질극을 벌이다 담장 너머로 유전무죄, 무전유죄 외치며 죽어간 지강헌이 떠오른다.

지강헌 같이 힘없는 약자들이 이재명을 외친다.

비극의 아이러니는 뫼비우스 띠처럼 역사를 반복한다.

과연 역사에 교훈이 있기나 한 걸까.

자기 집 담장에 유리조각 박을 날이 올지 모르겠다.

지킬 담장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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