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논단] 어지자지, 아수라 백작
[프리덤 논단] 어지자지, 아수라 백작
  • 프리덤뉴스
  • 승인 202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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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자지, 아수라 백작

 

박선경 논설위원 

 

박선경 프리덤뉴스 논설위원

어린 시절 즐겨보던 TV만화 시리즈 마징거 Z엔 양성(兩性)인간 아수라 백작이 등장한다. 

아수라 백작은 닥터 헬(악역)이 화산에서 숨진 남녀 시체를 섞어서 만들어낸 인물이다. 

반쪽은 여자, 반쪽은 남자다.

아수라 백작이 마징거 Z에 패할 때마다 환호하던 동네 꼬마들은 정작 아수라 백작에 관심이 많았다. 

정의의 사도 마징거 Z보다 수시로 반음양(半陰陽) 인간으로 변신하는 아수라 백작의 매력은 마징거 Z에 비할 게 아니었다. 

꼬마들은 역할놀이 분담 할 때, 서로 아수라 백작을 하겠다고 손들었다. 

꼬마들에게 양성인간 캐릭터는 호기심천국이었다. 

아수라 백작 놀이에 열중하는 도중, 누군가 불쑥 이런 말을 뱉었다. “그럼 오줌 누는 거기도 반반이야?”

제기차기에 ‘어지자지’란 용어가 있다. 

두 발을 번갈아가며 제기 차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다른 뜻도 있다. 

남녀 생식기가 한 몸에 존재하는 양성인간을 의미한다.

1988년에 개봉한 영화 사방지(舍方知)는 세조 때 시끄러웠던 ‘어지자지’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영화 속 ‘사방지’는 한 몸에 남성 성기와 여성의 성기를 동시에 갖고 있는 암수동체 인간, ‘어지자지’다. 물론, 영화 ‘사방지’ 내러티브는 허구다.

세조 8년(1462년), 지금으로 말하면 레즈비언들의 사랑으로 세간이 시끄러웠던 사건이 발생했다. 

사방지에 관한 사헌부 첫 번째 기록이다.

“고(故) 김구석(金龜石)의 처 이 씨의 여종 ‘사방지’ 행적이 괴이하여 잡아다 보았더니 여장(女裝)은 하였으나 음경과 음낭은 남자였다. 

차이가 있다면 요도구가 귀두 아래에 붙어있는 정도다.” 어디에도 사방지 몸에 여성 성기가 있다는 기록은 없다. 

과부 이 씨는 사방지를 집안에 들여놓고 10년간 정을 나눴다. 

사방지는 이 씨와 정을 통하기 전에도 여러 여승과 관계를 가진 전력이 있다.

여장 남자 사방지가 이의(二儀-남녀 한 몸) 즉, 양성인간이 된 사연이 흥미롭다. 

김구석의 처 이 씨의 아버지가 이순지(李純之)다. 

이순지는 세종이 아끼던 공신이자 종2품 판원사를 지낸 사람이었다. 

세조 때 한성부윤까지 오른 인물이다. 

세조는 이순지와 사돈지간인 사위 정현조(鄭顯祖-정인지 아들)를 불렀다. 

세조는 조정에서 다룰 일이 아니라 이순지 집안 일로 마무리 짓고 싶어 했다. 

세조의 뜻을 간파한 정현조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 

사방지를 ‘어지자지’로 둔갑시킨 것이다.

간통(姦通)을 양성인간 요물로 처리하면서, 사방지 사태를 최초로 보고한 사헌부 관리 신송주는 파직당했다. 

이순지는 사방지를 시골로 보냈다. 

세조 11년(1465년) 이순지가 죽자, 이 씨는 사방지를 찾아 다시 불러들였다. 결국 세조는 사방지를 신창현의 공노비로 보냄으로써 ‘어지자지’ 간통사건은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미국에 사는 후배로부터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사립학교에서 교사가 소년에게 ‘BOY’라 지칭을 했다가 쫓겨 났다는 것이다. 

미국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공공기관 화장실 입구엔 ALL GENDER MULTI-STALL/ALL GENDER NEUTRAL RESTROOM이란 문구와 함께 남녀, 반남녀 혹은 변기만 두개 그려진 픽토그램(Pictogram-그림문자)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 뉴욕시 의회는 성중립 간판을 의무화를 위해 2017년부터 시내 공원, 음식점 등 모든 공중화장실에서 성 구분을 없애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뉴욕시 교육청도 공립학교 전체에 ‘성중립화장실’ 설치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뿐만 아니라 태어나면서 갖게 된 성 정체성은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교육하고 있다. 

여자 몸이어도 남자라 생각하면 남자 화장실을, 남자 몸이어도 여자라 생각하면 여자화장실을 맘껏 드나들 수 있다. 

교육현장에선 ‘남자/ 여자’, ‘신사/ 숙녀’라는 용어도 쓰지 못하게 한단다.

 

실록과 다르지만, 영화 속 사방지는 절규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짐승은 아니지 않냐!” 

사방지의 메아리는 50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응답받았다. 

인간은 오로지 남녀로 구분할 수 없으며 인간이냐 짐승이냐 만으로 구별된다고 법제화한 것이다. 

남자를 남자라 부르지 못하고, 여자를 여자라 부를 수 없는 어처구니가, 다시 500여 년을 거슬러 호부호형 할 수 없었던 홍길동의 원한과 동일시되는 건 사탄의 노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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