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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논단] 창작의 자유일까, 이데올로기일까
[프리덤 논단] 창작의 자유일까, 이데올로기일까
  • 프리덤뉴스
  • 승인 2021.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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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데올로기는 눈가림, 왜곡, 은폐를 통해 대중에 소리 없이 뿌리내린다. 

<창작의 자유일까, 이데올로기일까>

박선경 논설위원

 

버스 안내양의 애환을 그린 “도시로 간 처녀‘는 1981년 김수용 감독의 작품이다. 

극중 요금횡령(삥땅)하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버스안내양들의 삥땅이 빈번한 일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 삥땅을 막기 위한 버스 안내양들의 알몸 수색 장면, 운전기사(기혼)와 부적절한 관계 등이 버스안내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러온다는 이유로 극장 앞 상영중단 시위를 벌였다. 

성명을 내며 한국노총까지 가세하자 영화는 상영 일주일 만에 중단되었다.

시각장애인 차별하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장애인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은 영화도 있다. 

극 중(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시각장애인 행세하던 악사(조관우 분)를 소경이라 지칭하는 장면을 문제 삼았다.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1984)는 외설시비로 불교계가 반발했다. 

행자의 수음장면, 주인공 비구니가 입산 후 속세에서 타락상을 회상하는 장면 등, 불교계를 상업주의적 외설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유다. 

시나리오를 본 비구니들이 단체시위를 벌였다. 

불교계, 제작사 간 법정싸움과 논쟁 끝에 영화제작중단이라는 초유사태가 발생했다. 

임권택 감독은 종교 안에서 자기를 완성하는 과정을 그리려했다.

개신교도들이 영화 ‘밀양(2007)’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하나님을 모욕했다는 이유였다. 

감독 이창동은 초록물고기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이어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으로 주목을 받으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첫 문화관광부장관에 임명됐다.

영화 ‘밀양’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3년 후 만든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남편을 잃고 남편 고향에 내려와 사는 신애는 하나뿐인 아들이 유괴, 살해당한 후 절망에 빠진다. 

그녀는 교회에 다니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아들 잃은 고통을 줄이려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믿음 충만한) 신애는 아들 죽인 학원원장을 용서하려 교도소로 향한다. 

그러나 학원원장은 이미 하나님으로부터 구원(용서)을 받았노라고 말한다. 

신애는 “내가 먼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구 맘대로 먼저 용서를 하느냐” 분노한다. 

신애에게 종교는 구원의 본질이 아니라 현실도피였던 것이다. 

신애는 교회장로를 유혹해 관계를 가지면서 하늘을 향해 보란 듯이 비웃는다. 

개신교도들은 신애의 ‘신앙일탈’이 불편했다. 

이창동 감독도 ‘밀양’은 종교영화가 아닌 인간에 대한 영화라 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뜨겁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넷플릭스 콘텐츠 1위로 부상했다. 

수백억 상금에 목숨 건 ‘인생 약자들(실은 빚쟁이들)’의 한탕 심리를 그린 시리즈물이다. 

세계적으로 뜨는 이 드라마를 보이콧하자는 얘기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드라마 속에 매설(埋設)된 반(反)기독교 코드가 이유다. 

극중 게임에 참가한 기독교인이 하나님께 기도를 하면서도 살기 위해 위선적인 행동을 보이는 장면, 목사인 아버지가 아내를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친딸(지영)을 성폭행까지 했다는 대사,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팻말을 든 전도자의 모습 등 기독교 윤리관과 어긋나는 장면을 고의로 배치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시리즈엔 유사 동성애를 표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개신교도 입장에선 불쾌할만하다.

영화 소재나 주제가 특정 종교, 특수 집단의 이해관계, 가치관과 상반될 때 해당 집단의 반발이 종종 일어난다. 

문화예술계는 ‘창작의 자유’,‘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침해당해서 불쾌하고, 특정 종교나 단체들은 이미지가 나빠져서 기분 나쁘다. 

좋은 이미지는 내 탓, 나쁜 이미지는 생산자 탓이다. 

그러나 문화이데올로기는 눈가림, 왜곡, 은폐를 통해 대중에 소리 없이 뿌리내린다. 

특히 문화, 예술 행위는 현실 이미지를 어떻게 편집하고 짜깁기 하는지 보여준다. 

문화이데올로기는 문화 형식을 빌려 세상에 대해 특정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 경계해야 한다.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1978)는 문화이데올로기 핵심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나쁘든 좋든 문화 행위는 항상 세상의 이미지를 포함한다...(중략) 관객의 성향과 생각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지 않는 연극이나 극장 공연은 없다.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예술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이창동은 문화관광부장관 취임사에서 ‘문화란 삶의 형식이며 동시에 본질입니다. 우리가 개혁을 이야기합니다만, 삶의 형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그 본질은 결코 바뀔 수 없습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본질이 바뀌지 않는데 삶의 형식이 바뀔 수 있나. 

다 떠나서, 각종 이익단체들에게서 배려는 찾아볼 수 없고, 기독교인들에겐 사랑이 모자라며 불자들에겐 자비심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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