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탈 보전회' 창립식과 아울러 제1회 발표회를 열고 중앙과 연락하여 전 조선 각 도시와 내지內地 일본에까지도 순회 발표를 할 계획이다.
향토예술의 최고봉 봉산 탈춤 영구보존 (1938.11.06)
황해도 사리원서 보존회 창립
【사리원】고려말 어느 유명한 사찰에 생불의 별명까지 듣게 된 고상한 불심을 가진 도승을 동네 한량 젊은이들이 풍년 든 늦은가을 한가한 시절을 이용하여 방탕한 도승의 제자 한 명과 음모를 꾸며 갖은 풍류와 미색이 뛰어난 기생을 시켜 수도 중에 있는 노승을 유혹하여 여지없이 타락시켜버린 사실이 가면무용으로 된 이래 5백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내려왔다.
이 가면무용은 어느덧 우리 '조선 고전 민속향토'로 예술의 최고봉이요 아울러 '세계적 민속예술' 무대에 내놓아 절대 손색없는 질적 가치를 가지고도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 일개 지방에서 썩고 있었다.
그러던 중 총독부의 협력으로 지난 4월에 조선일보 경성 본사가 중앙공연을 마련하여 비로소 우리에게도 이만한 고전예술이 있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린 것이 바로 '봉산탈춤'이다.
그동안 조선일보의 특별한 후원과 어느 민속예술학도의 지도 밑에 그 가면 장치와 내용 편집을 좀 더 철저히 연구 중이던 바, 우리에게는 다시 없을 '봉산탈'을 영원히 살리자는 목적 하에 중앙과 연락하여 '봉산탈 보존회'를 조직하고자 창립 사무소를 '봉산탈'에 공로자인 이동벽씨 댁에 두고 활동 중 이다.
또한 이 기회를 이용하여 봉산탈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나려오다 중간에 그 존재를 잃어버렸던 인형극 '꼭두'를 부활시키고 각본제작과 그 준비에 분망 중이다.
근시일 내로 완성됨에 따라 '봉산탈 보전회' 창립식과 아울러 제1회 발표회를 열고 중앙과 연락하여 전 조선 각 도시와 내지內地 일본에까지도 순회 발표를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봉산꼭두'도 역시 '봉산탈'과 함께 온 천하에 소개할 시기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