忌日에 붙여
梅山 姜賀晶
산 자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데
하물며 죽은 자이랴
다들 그리 말하더이다
죽은 자는 가슴에 오래도록 품는 게 아니라고
잊으라 하더이다
산 자는 살아야 한다며
웃고 노래하고 여행하라 그러더이다
자녀를 생각해서
꿋꿋이 버티라 하더이다
내 사랑이 나를 버린 날
육개장 국물에 밥 말아 꾸역꾸역 먹으며
당신들이 그렇게 위로했었더이다
하늘 땅이 동시에 무너진 황량한 어둠 속에 선 내게
당신들은 잠시 스치는 동정심으로 툭 툭 던지더이다
차라리 무심히 손이나 잡아주지
차라리 말없이 안아주기나 하지
그 말들이 가시 돋친 화난 고슴도치가 되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리고 또
내 작은 심장에 기어들더니
무수한 날 제 가시를 뽑아
심장에 콕 콕 찔러 박더이다
가시 뽑힌 고슴도치가 알몸이 되면
행여나 상처 난 심장이 아물까 했더이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리고 또
모두 알몸이 되어 내 심장을 떠나면
무수한 날 아프던 고통조차
행여 떠날까 싶더이다
그러나 해마다 그 날이 오면
내 사랑이 나를 버린 그 날이 오면
고슴도치의 가시는 다시 자라서
아니 처음보다 더 많이 더 날카롭게 자라서
여전히 제 가시를 뽑아 찌르고
내 작은 심장은 여전히 찔리고 있소이다
당신들 가슴엔 품은 적 없는 내 사랑이
당신들 마음에서 이미 잊힌 기억이 되고
당신들은 웃고 노래하고 여행도 하고
자녀는 제 갈 길로 가도
내가 떠나보낸 적 없는 내 사랑을 품고
나는 여전히 아프오이다.
2022.08.04. 오전 2:55
남편 송경진 선생님의 기일(8월 5일)을 앞두고 가슴 아파서. 光明時待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