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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忌日에 붙여
[마중물] 忌日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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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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忌日에 붙여

梅山 姜賀晶

 

산 자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는데

하물며 죽은 자이랴

다들 그리 말하더이다

죽은 자는 가슴에 오래도록 품는 게 아니라고

잊으라 하더이다

산 자는 살아야 한다며

웃고 노래하고 여행하라 그러더이다

자녀를 생각해서

꿋꿋이 버티라 하더이다

 

내 사랑이 나를 버린 날

육개장 국물에 밥 말아 꾸역꾸역 먹으며

당신들이 그렇게 위로했었더이다

하늘 땅이 동시에 무너진 황량한 어둠 속에 선 내게

당신들은 잠시 스치는 동정심으로 툭 툭 던지더이다

차라리 무심히 손이나 잡아주지

차라리 말없이 안아주기나 하지

윤창기 作(2022 서울미술시화예술협회 섬머 아트 페스티발)

 

그 말들이 가시 돋친 화난 고슴도치가 되어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리고 또

내 작은 심장에 기어들더니

무수한 날 제 가시를 뽑아

심장에 콕 콕 찔러 박더이다

가시 뽑힌 고슴도치가 알몸이 되면

행여나 상처 난 심장이 아물까 했더이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리고 또

모두 알몸이 되어 내 심장을 떠나면

무수한 날 아프던 고통조차

행여 떠날까 싶더이다

 

그러나 해마다 그 날이 오면

내 사랑이 나를 버린 그 날이 오면

고슴도치의 가시는 다시 자라서

아니 처음보다 더 많이 더 날카롭게 자라서

여전히 제 가시를 뽑아 찌르고

내 작은 심장은 여전히 찔리고 있소이다

당신들 가슴엔 품은 적 없는 내 사랑이

당신들 마음에서 이미 잊힌 기억이 되고

당신들은 웃고 노래하고 여행도 하고

자녀는 제 갈 길로 가도

내가 떠나보낸 적 없는 내 사랑을 품고

나는 여전히 아프오이다.

 

2022.08.04. 오전 2:55

남편 송경진 선생님의 기일(85)을 앞두고 가슴 아파서. 光明時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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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정 2022-08-04 08:01:25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