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7 22:52 (일)
[논단] 꾸짖는 어른이 없다.
[논단] 꾸짖는 어른이 없다.
  • 프리덤뉴스
  • 승인 2022.0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꾸짖는 어른이 없다>

박선경(프리덤뉴스 논설위원) 

 

"쟤는 소시오패스예요. 이런 상황에도 이죽거리면서 눈 하나 깜짝 안 해요. 마치 게임 하듯 즐기고 있어요. 보통 사람이면 저렇게 하겠어요?" 

이준석이 당원권 정지 징계처분 받고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국힘당과 대통령을 비웃었을 때, 변호사인 필자의 지인이 했던 말이다.

친정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서울대 나와도 상놈이 있다고. 공부 잘해도 겸손하지 않고 예의 모르고 잘잘못 반성할 줄 모르며 배은망덕하면 인간 아니라고. 많이 배우지 못했던 그 시절의 부모들은 자녀의 그릇된 인성을 부모의 불완전한 가정교육 탓이라 여겼다.

학교에서 자녀가 잘못을 하거나 급우에 피해 끼치는 일이 생겨 선생님이 부모를 호출하면, 부모는 선생님께 고개 숙이고 사과했다.

"제가 애를 잘못 가르쳤습니다. 제 탓입니다.

산업화와 함께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두 자녀 가정이 늘었다. 자녀 훈육에 너그러워진 부모들을 탓할 순 없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 결여, 자기중심적 사고로 사회관계를 지속하려는 다 큰 자녀들의 미숙한 대처는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식당에서 아이가 소리 지르고 뛰어다녀도 주의 주는 부모가 없고 누군가 이를 지적하면 맞대서 따지기 일쑤다. 야단치면 자녀의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게 이유다.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선 자녀를 상전 모시듯 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야단은 언감생심이다.

지성인(知性人)은 지식인과 다르다. 

지식인(知識人)은 단순히 학습 데이터가 풍부한 사람, 즉 ‘가방끈이 긴 사람’을 일컫지만, 배운 지식으로 옳고 그름을 구별하며, 이성적 판단하에 양심을 속이지 않고 책임에 망설임이 없으며,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자신의 언행에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을 지성인이라 일컫는다.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라는 특혜와 하버드 출신 프로필을 어필하며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화려한 언변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승승장구, 차세대 젊은 정치인 1호로 인식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런 그가 그를 키워준 주군 탄핵에 앞장섰다. 주군의 이름을 팔아 비윤리적으로 처신했던 행실이 드러나자 입막음으로 고액의 증서를 써주고 증거 인멸을 시도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준석은 겸손과 예의를 갖춰 상대를 존중하기는 커녕, 자신을 비판하거나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조롱하며 말장난이나 일삼는 경솔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과오에서 비롯된 국민의 힘 비대위체제에 대해서 이준석은 기자회견을 열어 조직에 충성하는 국힘당을 불살라야 한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눈물까지 질질 짰다. 사고가 미숙하니 입은 가볍고 행실이 유치하고 한편으로는 놀랍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정치 동료, 선배들의 태도다. 비판하고 질책하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젊은 정치인의 판단 미숙, 경험 미숙, 잘못된 언행으로 당이 위기에 직면하게 됐는데도 중량감 있는 선배 정치인들이 나무랄 줄 모른다. 때론 대신 사과하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는 게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정치인의 숙명임에도 4년간 밥벌이 연장할 걱정만 하는 겁쟁이들은 그저 남의 일 바라보듯 방관하는 형국이다.

당과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 혐오로 가득 찬 이준석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의 부모가 궁금해졌다. 그의 부모는 자식을 지식인으로 키우려 했을까, 지성인으로 키우려 했을까. 자존감에 상처 날까 방치하고 좋은 대학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오냐오냐 키운 건 아닐까.

욕급부형(辱及父兄), 자식의 잘못으로 인해 부모까지 욕됨을 비유한 사자성어다. 

부모가 양육을 올바로 못하면 자녀가 망가지고 자녀가 잘못하면 부모가 욕을 먹게 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가 달리 나온 말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