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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다양성을 잃는다면..
[논단] 다양성을 잃는다면..
  • 김기수 기자
  • 승인 2023.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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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잃는다면..>

 

송산 정광제(한국근현대사연구회 고문)

 

번역어는 번역자들 맘대로 정해 쓰면 되는 것인가?

원론적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렇다 해도 큰 범주 안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번역자 AB, 그리고 C의 번역어는 같은 내포를 지닌 용어일 것이다.

칸트철학을 전공한 선배들이 오성이라 부르던 개념을 요즘 후학들은 지성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선험을 초월로, 선천을 선험이라고 부른다.

내가 보는 전공서는 오성, 선험, 선천이라는 용어로 쓰여진 것이 있는가 하면, 지성, 초월, 선험이라는 용어로 쓰여진 논문과 서책이 있다. 그런데 나는 헷갈려하거나 오해하지 않고, 오히려 더 풍족한 의미를 얻으며 읽고 있다.

이를 하나로 통일하자는 움직임들이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옳고, 굳이 통일시키는 것이 용어를 오해하게 할 소지도 있기에 더 사유의 선택권을 넓게 허용한다는 뜻에서 그대로 놨두기로, 암암리에 묵계되고 말았다. 충분히 옳다고 생각된다.

우파 내에 특히 위안부 문제와 5.18 문제로 의견들이 서로 갈리고 있음이 사실이다.

식자들은 이에 염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음도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에 아무 염려의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자기 견해에 대한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고백하는 겸손한 태도를 잃으면, 자신의 주장을 이데올로기로 삼아 여타 의견을 이단시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건 타락이 아닐 수 없다.

나와 네가 다르되 큰 범주 안에서 방점의 차이 정도라면 두세 견해들이 공존하는 것이, 오히려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하나의 나의 견해만 옳고 인정받아 교과서를 지배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놓친 부분을 강조하는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태도는 팩트라는 거창한 가면을 쓴 파쇼들이나 하는 유치한 짓이다.

좌파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또는 좌파를 공격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단 하나의 그릇에 담긴 주장보다 여러 그릇에 나눠담긴 주장이 더 효과적이질 않겠는가?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통일되어 움직이는 좌파와 달리 우파를 우파답게 만드는 요체는 무엇인가?

다양성 아니던가?

그런데 위안부와 5.18문제에서는 나와 조금도 다른 견해와 담지자를 정죄하거나 배척하는 어리석은 오만이 우리에게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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