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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판사와 엿장수
[데스크 칼럼] 판사와 엿장수
  • 프리덤뉴스
  • 승인 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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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와 엿장수

 

김기수(변호사, 프리덤뉴스 발행인)

 

지난 927일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유창훈 판사는 국회의 체포동의서가 첨부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에 대해 위증교사와 관련된 대북송금의 경우, 이화영의 진술과 관련하여 피의자의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기는 하나,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927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북송금관련 이화영의 진술이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7월 이 대표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이후 이 전 부지사 부인이 변호인을 해임시키고,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스스로 뒤집는 내용의 서류가 작성되는 등의 상황을 말한다. 위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 측근 국회의원이 이화영씨 아내를 회유해 변호인을 사임시키고, 이 대표와 대북송금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호소문을 작성하게 했다는 검찰 주장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면서도 영장을 기각했다는 것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같은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인신구속의사무처리에관한예규 제정한 바 있고, 이 예규 제48조 제14호는 피의자측이 피해자 등 증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구속영장발부의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결정문은 이재명 대표의 측근 국회의원이 수사에 개입한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그가 야당대표라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점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결정문에 적힌 기각사유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모순일 뿐 아니라 인신구속의사무처리에 관한 규정에도 저촉된다. 법관징계법 제2조는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게을리한 경우'를 징계사유로 정하고 있다. 법관이 대법원이 정한 예규를 위반해서 재판을 해도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가.

옛말에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뜻은 엿장수가 엿을 마음대로 늘인다는 뜻이다. 고물을 엿장수에게 엿과 바꾸는 사람입장에서는 늘 불만일테니 생긴 말이라고 짐작해본다. 엿장수도 고물의 가치를 기준으로 엿을 늘이는 것이지 전혀 아무 기준도 없이 늘이지는 않을 것이다.  

판사는 엿장수에게는 없는 잣대가 있다. 그게 바로 '법'이다.  유창훈 판사는 '인신구속의사무처리에관한예규'라는 잣대를 마음대로 늘여서 재판을 했다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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