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07 22:52 (일)
[사설] 정의를 앞세우는 정치는 위험하다.
[사설] 정의를 앞세우는 정치는 위험하다.
  • 프리덤뉴스
  • 승인 2024.0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의를 앞세우는 정치는 위험하다.

 

김기수(변호사, 발행인)

 

김영삼 정부에서 진행된 5공 세력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지나간 권력에 대한 정치적 보복의 측면이 강했다. 대한민국은 12. 12.5.18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 정체성에 큰 변동이 없었다. 시대가 지나 그 때의 충성은 반역이 되었고, 그 주역들은 반인도적 범죄라는 덧칠까지 해버린 상태이다. 12.125.18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끝난 지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5.18은 여전히 정치적 지렛대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치인들은 수시로 5.18 정신을 읊조리고 광주묘지에 참배한 후 헌법 전문에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표를 구걸하고 있다. 5공청산과 사법적 단죄를 통해 얻은 민주화라는 타이틀을 더 빛내기 위해서는 5.18 진압세력에 대한 더 엄격한 비난과 처벌을 요구한다. 그래서 5.18은 아직도 끝내지 못한 미완의 숙제를 대한민국에 남겨놓았다.

한 국가의 근대성의 정도는 당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국가가 얼마나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권력은 정의라는 깃발아래 무한한 권력을 소유해서도 아니될 것이다. 국가권력은 언제라도 남용될 수 있고 오작동될 위험도 매우 크다. 특히 체제변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격동의 시대에는 늘 과거사를 청산하고 싶은 정치적 조급함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과거사 청산을 위한 소급형법의 유혹은 매우 강렬하다. 하지만 강력한 효능을 가진 약물이 늘 약효와 부작용이 함께 하는 것처럼 소급형법도 오랜 기간 한 국가의 법적안정성과 통합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효과는 짧지만 부작용은 길고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뜻이다.

5.18특별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하면서 내놓은 법리는 매우 궁색하기 짝이 없다. 5.18특별법은 그야말로 진정소급입법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리려면 이러한 과거의 잘못된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권력의 주도권이 바뀌면 늘상 권력을 가진 세력들은 과거사에 대하여 정의를 세운다는 명분으로 소급형법을 제정하여 질서를 바로잡는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 것은 소급형법의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법쿠데타일 뿐이다. 소급형법이 합헌이라고 한다면 입헌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국가권력이 시간에 제약없이 소급입법을 언제라도 제정하여 정의’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 것은 근대국가가 아니라 신정국가라고 해야할 것이다. 신정국가는 시간의 제약없이 언제라도 개인의 삶과 죽음이후까지도 통제하는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1994년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헌법은 여전히 유구하며 최고의 법이다. 5.18특별법은 소급입법금지와 법치주의라는 근대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금기사항을 무너뜨린 악법이다. 이 악법에 대하여 합헌이라는 면죄부를 부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서는 꾸준한 비판이 제기되어야 한다.

한번 무너진 헌법가치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운 법이다. 헌법가치를 무너뜨린 자들이 얻어온 기득권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도 법치를 회복하는 것이자 국가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역사를 역사로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과거사를 청산하는 악습을 끊어내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번영은 보장될 리가 없다. 정의를 앞세우는 정치는 위험하다. 정의는 법이 맡아야 할 영역이다. 정치가 법을 수단으로 이용하여 정치의 시녀가 되게 한 것이 바로 5.18 특별법이다. 정치가 내세우는 그 정의의 뒤편에는 악마가 웃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법의 잣대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법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5.18특별법에 대한 철폐 노력은 비단 그 법률에 의해 억압된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