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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시민회의, 의대정원 65% 증원은 독배
바른사회시민회의, 의대정원 65% 증원은 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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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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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이 이끄는 정책 ‘의대정원 65% 증원’은 독배(毒杯)를 마시는 격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난 2월 20일 '의대정원 65% 증원은 독배를 마시는 격'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의 의대증원 계획에 대해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의대증원분 2천명은 기존 자연계열 재학생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로서 입시 판도에 큰 변화는 물론이고 첨단분야 인재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출처 : 바른사회시민회의 홈페이지
사진출처 : 바른사회시민회의 홈페이지

 

이하는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성명서 전문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의대 증원을 통해 2031년부터 2035년까지 5년간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여론 동향은 긍정적이다. 수험생, 학부모 그리고 입시 학원가는 쌍수를 들어 의대 증원을 환영하고 있다. 정부도 이들 우호적 여론을 응원 삼아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협회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정책이 여론에 이끌려 결정 돼서는 안 된다. 1거(擧)에 65% 의대 증원은 독배(毒杯)가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O 고급인적 자원 배분의 치명적 왜곡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은 전국 40개 의대 총정원(3,058명)의 65%, 서울대의 2025학년도 입학정원(3,497명)의 57%에 달한다. 2025년 입시부터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위에 정원 2천명의 대학 하나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SKY 자연계 총입학정원이 약 4,800명인바, 새로 증원되는 2000명의 의대생은 기존 자연계열 재학생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의대 증원은 입시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의대 준비 수험생은 증원분의 수배가 될 것이다. 보수적으로 ‘4배수’로 잡아도 2000명 증원이니 어림잡아 8천명의 입시생이 의대 진학을 ‘새로’ 준비할 것이다. 의대 증원은 비(非)의대 첨단산업 분야 인재 양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종로학원은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 합격선은 수능 국어·수학·탐구 합산 점수(300점 만점) 기준 281.4점으로 지금보다 4.5점 낮아질 것으로 추산한다. 그리고 SKY 대학 자연계 학과 합격자 중 의대 합격 가능권의 비율이 78.5%까지 넓어지게 된다. 가뜩이나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력 양성 체계에 왜곡이 빚어지는 현실에서 파격적 의대 증원은 이공계 학과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이공계는 초토화된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 미래의 먹거리는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탐색되어야 한다.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그리고 로봇산업에서 발굴되어야 한다. 그 고급인력이 피부미용, 성형외과, 도수치료로 빠지는 것이 옳은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의대 증원과 관련해 우려되는 것은 ‘교육의 질 보장’ 문제다. 입학정원이 늘어나면 그에 따른 교수요원, 시설 여건이 총족되어야 하는 데 과연 단시간에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다. 기초의학 교수 부족은 절대적이다. 전국 의대 7개 기초의학 과목 교수 수는 2018년 대비 2022년에 80여명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O 한국은 상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인구 천명당 한국의 의사수는 2.5명으로 프랑스 3.2명, 독일 4.5명, OECD 평균 3.7명에 비해 적다. 하지만 ‘양적 지표’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회피가능한 질병으로부터의 사망 통계’는 전혀 다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예방가능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mortality from preventive causes)과 ‘치료가능한 질병으로 인한 사망’(mortality from treatable causes)은 OECD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낮아, 한국의 의료서비스 질이 OECD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1년간 인당 진료 회수’(17.2)도 OECD(6.8)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의 의료문제의 본질은 ‘의사 수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지역·필수의료 파행’은 의대증원의 최대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로 의대 입학정원이 부족해서 유발된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의사가 부족한 진료과목은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순이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면 의사가 부족한 진료과목으로 미사일이 유도되듯이 의사자원이 ‘자동적’으로 배분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낮은 의료수가’ 그리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인간은 유인에 반응한다.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2021년 통계에 따르면 활동 의사 11만명 중 ‘피부 및 미용 종사’ 의사수가 3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피부암을 치료하는 의사보다 피부의 점을 빼는 의사가 돈을 더 벌 수 있다면 필수의료 기피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수도권 외 지역에 의사가 가지 않는 이유는 환자들이 지역의료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역응급의료 서비스를 거부하고 헬기 편을 통해 서울로 향한 것이 지역의료 회피를 웅변하고 있다.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권역별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면서 지역의료를 기피하는 풍조가 구조화됐다. 이는 정책 실패의 문제로 의사수 부족과는 거리가 멀다.


O 의료 문제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윽박지르고 있다. 의료인이 파업을 하면 의사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위력을 행사하는 것은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다. 시장에서의 의료실패를 가져온 근본 원인을 찾아 이를 해소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고위험·고난도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보상 강화와 의료인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의료인이 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할 경우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은 합리적 대안이다. 지역의료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학금이나 거주비 등을 지원받는 조건의 장기근속 계약’을 패키지로 하는 ‘지역의사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의사를 대폭 늘리면 의사들 간 경쟁으로 의료비가 낮아져 그 혜택이 의료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행위별 수가제’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 의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의사들은 의료량을 증가시켜 자신의 수입을 보전하고자 할 것이다. 이는 의료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의료를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의사의 과다공급은 결과적으로 ‘중복진료와 과잉진료’의 길을 열어놓는 셈이 된다. 현금의 의료 파행과 실패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의학교육부터 건강보험에 이르기까지 의료산업에 대해 전방위적 시스템 개선을 꾀할 필요가 있다.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건강보험과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대 정원 확대에 정책이 매몰돼서는 안 된다.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정면충돌을 피해야 한다. 의사면허 취소 등 행정조치 발동을 쉽게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공권력 남용’이다. 그리고 의료진은 소명의식을 갖고 국민건강에 대한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차제에 의사 인력 수급 계획 수립을 위한 ‘복지부 관료와 의사 그리고 의료소비자’로 구성된 독립적 상설 자문기관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 미래의 의료 수요와 의사의 전문성이 고취되는 선에서 복지부와 의사협회는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의대정원 증원’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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