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생에너지, 남북한 에너지협력 물꼬될 수 있을까
[기고] 재생에너지, 남북한 에너지협력 물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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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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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 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

오랜만에 봄이 온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아직 풀지 못한 문제들이 산적해있지만, 평창올림픽 응원단으로 시작한 대화의 물꼬가 예술가들의 공연으로 이어지고 남북정상회담으로 꽃을 피웠다.

지난달 28일 남북한 정상들의 판문점 선언은 핵없는 한반도를 위한 노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에서도 본격적으로 남북협력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짙다. 에너지 분야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북한의 에너지수급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의 일인당 에너지사용량은 2014년 기준으로 0.48toe이며 전력사용량은 일인당 연간 602kwh을 기록하고 있다. 전력사용량을 놓고 볼 때 북한은 세계 최하 수준이다.

북한보다 전력소비 수준이 낮은 국가들도 일부 존재하나 모두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다. 북한과 비슷한 추운지역에 속하는 국가는 없다.

북한은 우리나라 일인당 에너지사용량(약 5.3toe)과 비교할 때 9% 수준, 세계 평균 에너지사용량과 비교해 25.4% 수준으로 전력사용량에서 우리나라의 5.7%, 세계 평균의 19.9% 수준에 머무는 등 극도의 에너지 빈곤국으로 볼 수 있다.

추운지역의 아시아 국가인 몽골과 비교해도 전력소비 기준 에너지소비는 3분의 1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기본적인 난방과 취사, 조명 사용 역시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력의 공급률도 인구의 39%에 불과하며 송배전 손실율은 공식적으로 15.8%이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4.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결국 남북한 간 에너지부문에서 협력은 북한의 심각한 에너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세계 주요지역, 국가의 연간 1인당 전력소비 수준(단위: kWh). 북한(DPRK)의 일인당 전력사용량은 600kWh로 남한(KOREA)의 일인당 전력사용량(1만497kWh)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보다 일인당 전력사용량이 하위권인 지역은 저개발국(LDCs, 205kWh)이나 더운지역인 케냐(167Kwh), 탄자니아(99Kwh)등 뿐이다(국제에너지기구)
▲ 세계 주요지역, 국가의 연간 1인당 전력소비 수준(단위: kWh). 북한(DPRK)의 일인당 전력사용량은 600kWh로 남한(KOREA)의 일인당 전력사용량(1만497kWh)과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보다 일인당 전력사용량이 하위권인 지역은 저개발국(LDCs, 205kWh)이나 더운지역인 케냐(167Kwh), 탄자니아(99Kwh)등 뿐이다(국제에너지기구)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의 발표를 종합하면 북한당국도 에너지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3년 8월 제정된 '재생에네르기법'이다.

북한은 '재생에네르기법'에 따라 2044년까지 재생에너지 5000MW규모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등 '재생에네르기' 보급 확대를 전폭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북한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INDC)에도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계획이 포함돼 있다.

북한이 2016년 제출한 INDC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대비 32.25%(약 6050만CO₂t)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송배전 손실을 줄이고 태양광은 1000MW, 서해안 해상풍력은 500MW, 육상풍력은 500MW, 숯ㆍ석탄 대신 바이오가스를 사용하는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정책을 세워놓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 재생에너지, 북한당국의 협조 얻기 용이
현재 북한은 전력사용량의 75%를 수력발전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화석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북한지역 주민이 최소한 필요로 하는 전기와 열을 공급토록 지원하는 협력사업을 추진할 경우, 상대적으로 북한당국의 협조를 얻기 용이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열악한 송전망 조건과 에너지수급 인프라, 연료공급의 어려움을 가장 효과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 요구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가장 비용효과적인 전략으로 거론된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송배전망이 연결돼있지 않은 농촌이나 고립된 지역은 독립형ㆍ소규모 송배전망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보급ㆍ확대하는 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아직 전화선이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 무선 전화를 설치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전화 설치를 위해 전국에 송전탑과 전봇대를 세우고 전화선을 개설해 유선전화를 공급하는 안과 기지국만 곳곳에 건설해 무선전화를 설치하는 안 중 어떤 대안이 비용 효과적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심각한 전력인프라 부족상태에 놓은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분산자원인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 대규모 투자 이전 공공ㆍ민간NGO 협력사업 통한 신뢰 구축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발표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풍력발전 잠재량은 남한의 1.7배에 달한다. 태양광발전을 위한 일사량도 ㎡당 평균 3.61kWh로 남한(㎡당 3.67kWh)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 북한은 거의 전역에 지열에너지가 분포하고 있다.

북한에서 이미 새로운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평양의 많은 주택들이 가정에서 태양광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축전지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당국도 이를 막지 않고 있다. 평양에선 직접 태양전지를 생산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주민들도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력을 자급하는 셈이다.

에너지 분야에서 이러한 인도주의적 성격을 가진 재생에너지 보급이 남북한이 가장 먼저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이라 판단할 수 있다.

전기수요가 집중된 평양, 청진, 함흥 등 도시지역에는 태양광 등 전력공급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고 농촌지역은 북한당국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임ㆍ농복합사업이나 고리형 순환농업을 기반으로 바이오매스와 소형 풍력발전, 지열에너지를 중심으로 전기ㆍ열을 공급하는 에너지자립마을을 구상할 수도 있다.

이미 2000년대 이후 국제 비정부기구(NGO)들도 북한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달된 재생에너지 기술과 경험, 자본을 가진 남한이 북한주민의 생존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수급을 지원키 위해 적극 나서야만 한다.

물론 10년간 단절됐다 교류를 재개하는 상황에서 북한이란 특수한 성향의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리스크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곧바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기보다 북한과 오랜 협력 경제협력이 있는 민간 NGO와 공공부문이 우선 나서 재생에너지 시범사업을 개시하는 게 양측 간 신뢰를 쌓고 본격적인 경협으로 확대하기 앞서 리스크를 축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판단된다.

저개발국 주민의 에너지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유엔의 SE4ALL캠페인이나 이클레이(ICLEI)의 '에너지 안전도시 캠페인'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도 찾고 표준적인 사업수행방식을 따라 진행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북한지역의 장기적인 에너지 개발계획이 재생에너지 중심의 발전계획을 따를 수 있도록 지원토록 하는 것이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기술개발에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 존재한다. 경로의존성은 주어진 조건에서 의사결정이 실제로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없고 과거 행태나 경험에 제약된다는 의미다. 결국 기술개발이나 산업발전 역시 초기 방향설정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에너지를 생산ㆍ공급을 시작하는 시기에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수급계획이 세우면 이후 에너지구조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형성될 수 있다. 반면 초기 조건이 재생에너지 공급에 불리한 여건으로 조성되면 이후 경로를 변경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에 놓이게 된다.

북한지역 주민을 위해 가장 비용효과적인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기ㆍ열 공급방안을 짜내야 한다. 올 가을에는 북한의 어느 협동농장에서 태양과 바람, 남북한이 협력해 주민들을 환히 비춰주는 전등이 켜지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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