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 민
늦가을의 끝자락이다
곧 있으면 저 멀리 동산에 감나무에,
까치밥에 흰눈이 내릴 터인데
이 늦은 밤, 토요일 밤에 열기로
더워야 열반을 하나?
겉옷을 벗은 난, 난닝구 차림으로
단감들의 껍질들도 과도로 과도하지 않는
노출로 벗겨내주고는,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탁자 우에, 플라스틱 한 소쿠리 우에
무려 열 세 개를 올려 놓는다
세속에 돌아다니던 겉옷들은
감껍질 벗기듯 벗었지만
완전히 빈 손으로, 깨끗한 알몸으로
해탈할 날은
저 껍질 벗겨진 단감들이 반건시가 되고
이윽고 곶감으로 익어가듯이
절대적으로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라
아직 내게는 언감생심으로
요원한 감이 든다
그 때까지는 그저
마음은 한 마리 참 선한 매미처럼
아침 이슬만 먹고
조용히 저 푸르른 자유의 하늘을 나는
꿈을 때때로 꾸면서
고운 투명의 양 날개를 누비 누비
참빗으로 빗질해 놓을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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