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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제 시론]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6
[정광제 시론]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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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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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권 이념체계가 스스로 파산을 선고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현상

흡수통일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서 방심

종북 좌익은 전략적으로 역사교육 분야로 파고들어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정권으로 보던 과거의 교조적 좌경사관

"지드의 소련기행기- 그 물의에 관한 감상수제(感想數題)"

유진오는 지드도 비판하지 않고 소련의 스탈린체제도 비판하지 않았다.

역사전쟁, 과연 전쟁인가? 6

정광제(이승만학당 이사)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참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공산권이 종주국에서부터 무너져 내리고 이념체계가 스스로 파산을 선고한 그 시기에 우리나라는 거꾸로 북한이나 공산권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색깔논쟁이니 냉전논리니 하며 금기시하며, 내용적으로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편으로 기득권 세력은 이제 북한과의 경쟁은 끝났고 우리가 원하면 흡수통일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서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문화권력 이론이라는 것을 열심히 공부해왔던 좌익세력, 특히 종북 좌익은 전략적으로 역사교육 분야로 파고들었다.

현실사회주의 실험이 실패한 이상, 좌파역사가들이 금과옥조로 삼던 마르크스주의적 유물사관에 대해서도 당연히 철저한 검토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1989-1991년의 소련 동구권 붕괴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 연장선상에서, 스탈린이 만든 김일성정권, 그리고 소련 붕괴 후 봉건왕조로 바뀐 오늘의 북한정권에 대한 관점도 당연히 달라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되는 정권으로 보던 과거의 교조적 좌경사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역사관은 해방 직후 공산주의자들의 역사관과도 맥이 닿아있다.

박헌영의 ‘8월 테제’는 1945년 당시의 국제정세에 관해 "진보적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승리가 세계혁명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하고, 이와 같은 세계혁명 발전과정에서 조선의 평화적 혁명의 성공을 주장했던 것이다.

이 문건은 사실 1928년 코민테른이 발표한 ‘12월 테제’에 영향을 받은 문서이다.

정식 명칭이 ‘조선문제에 관한 코민테른 집행위원회 결의’이다.

조선공산당의 조직 지침과 조선혁명의 방향을 제시한 문건이다.

공산주의자였던 프랑스 작가 앙드레 지드가 1936년 소련을 다녀와서 [소련기행(Retour de l’URSS)]을 썼는데, 그것이 유럽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 실상을 본 지드가 소련의 공산주의가 저렇게 형편없게 전락할 줄 몰랐다며 사상전향을 선언했을 때, 그 당시 유럽의 일부 지식인들은 “지드가 파시스트에 매수됐다”며 비판했다.

그때는 아시아에서 일제가 괴뢰국 만주국을 만들고 중일전쟁을 일으키려던 시기였다.

앙드레 지드의 [소련기행]이 일본어로 번역 됐는데,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의 좌파 지식인들에게는 사실 별로 큰 반응을 일으키지 못했다.

가혹한 식민통치 아래 지하에서 교조적 공산주의 사상이 풍미하던 때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시 보성전문 법학 교수였던 유진오가 1937년 2월 조선일보에 3회에 걸쳐 이에 대해서 쓴 글이 있다.

글의 제목은 "지드의 소련기행기- 그 물의에 관한 감상수제(感想數題)"인데, 유진오는 지드도 비판하지 않고 소련의 스탈린체제도 비판하지 않았다.

사실 약간 놀라운 일이다.

유진오는 지드에 관해 "배덕이나 변절을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그는 처음에 코뮤니스트로 불렸으나 코뮤니스트가 아니었고, 오늘 와서 파시스트로 불리고 있으나 의연히 코뮤니스트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라는 묘한 표현으로 지드를 옹호했다.

그리고 소련에 대해서는 "소련의 질서는 완성된 것이 아니고, 완성되면서 있는 질서"라고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고,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는 식의 인상을 주었다.

그 당시 석학을 자처하는 인물의 공산주의를 대하는 관점은 겨우 이 정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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